출판업은 이슈를 선도하는 업종이다. 그래서 일을 하다 보면 온갖 첨단의 유행어들을 접하게 된다. 지금은,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이 유행인 것 같다. 생산과 동시에 소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의미다. 나는 내 직업인 에디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하는 편이다. 시대가 바뀌고 독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가 바뀌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히 에디터의 역할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편집자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하는 훈련은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필자'를 경험해보는 일만큼 강력하고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자족적인 필자가 되어 (웹진이든 출판 매체든, 아니면 블로그나 페이스북이든) 자신이 글을 쓰고 그 글에 대한 타인들의 반응을 겪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글을 내보인다는 것, 그리고 책을 만든다는 일의 본질적 속성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프로슈머의 경험에 해당하겠다. 지금의 편집자는 능동적인 프로듀서로서 때에 따라 리포터(reporter)나 라이터(writer)의 역할까지 해야만 그나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나보다 훨씬 경험이 풍부한, 연륜의 지혜와 내공을 가진 선배들이 수두룩한데 이런 외람된 말을 하는 걸 양해해주시길.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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