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메니에르병이 기존의 약물이나 수술로 잘 나아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주사 치료 방식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 개원의사회가 최근 권고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원호(대한이비인후과학회 총무이사) 교수는 최근 열린 국제이비인후과학술대회에서 "메니에르병 환자 64명에게 주사 치료를 한 결과 80% 이상의 어지럼증이 완화했다"고 발표했다.
정 교수팀이 환자들의 고막 안에 주입한 주사는 저농도(40mg/cc) 겐타마이신이다. 지금까지는 약이 잘 듣지 않는 환자에게 보통 고농도로 주입해왔지만, 많은 경우 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 선호되지 않는 치료법으로 꼽혔다. 그러나 "농도를 줄여 주입하면 치료 효과는 높아지고 청력 소실 부작용은 감소한다"며 "주사는 수술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흉터나 합병증 없이 간편하게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정 교수는 밝혔다.
귓속을 채우고 있는 임파액이 비정상으로 많아지면서 압력 때문에 감각세포가 손상돼 어지럼증과 난청, 이명 등을 일으키는 메니에르병 환자에게는 보통 임파액을 줄이는 이뇨제 같은 약을 먼저 쓴다. 환자의 70% 정도는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진다. 나머지 환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고농도 주사나 수술(내림프감압술, 미로절제술, 전정신경절제술)인데, 청력이나 평형기능 상실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제 저농도 주사가 약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두 학회는 내다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메니에르병 환자는 지난해 11만1,051명으로 5년 사이 2배 가량 늘었다. 환자의 약 60%가 50대 이상이며, 최근엔 30, 40대 젊은 층에서도 증가 추세다. 왜 그런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인 인구 증가와 젊은 층의 스트레스, 과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니에르병은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당뇨병처럼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짜거나 카페인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