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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4일] 난민, 인권보호의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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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4일] 난민, 인권보호의 바로미터

입력
2013.10.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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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뒤에 발생한 러시아 난민 약 150만 명은 국적이 박탈되어 유효한 여권을 가질 수 없었다. 당시 국제연맹은 북극탐험가 노르웨이의 난센을 최초 난민구제판무관으로 임명하고 신분증명서인 '난센여권'을 만들어 동유럽에서 방랑하는 러시아 난민의 신분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였는데 이를 통해 난민에 대한 국제적 보호가 시작되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만으로 3천여만 명의 전쟁난민이 양산되었고, UN은 1951년 난민협약을, 1967년 난민의정서를 채택하였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난민발생이 멈출 것으로 예상했으나 계속해서 아프리카에서는 식민지시대가 끝난 후 종족 간 갈등, 중동지역에서는 종교갈등, 남미에서는 정치적 충돌, 아시아 지역에서는 다양한 사유로 난민이 발생함에 따라 난민문제는 오대양 육대주의 전 지구적 고민거리가 되었다. 현재 전 세계인구 110명 당 1명이 난민신세이고 이 중 80%는 여성과 아동들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정치적 박해에 따른 첫 난민을 인정한 이후 올해 8월말 현재 난민신청자 5,834명 중 340명을 난민협약에 의한 협약난민으로 인정, 176명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올해 7월부터는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법이 시행되었고, 주무부처인 법무부에 '난민과'가 신설되었다. 또한 난민법에 따라 난민지원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을 운영하여 난민신청자에 대한 생계 및 정착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난민 인권 보호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쟁난민의 발생과 암울한 군사정권시절 해외로 정치적 난민을 유출시켰던 한국이 이제는 그러한 난민을 받아들이는 국가가 되었다. 과거의 쓰라렸던 경험이 오늘날의 교훈이 되고 법제도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만큼 국력신장의 결과이며 진정한 인권선진국으로 성큼 다가서는 큰 발걸음이기도 하다.

난민보호는 세계인권선언 제14조가 규정하는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타국에서 망명을 구할 권리가 있다'는 보편적 인권인 망명의 권리에서 비롯된다. 난민은 조국은 있어도 자국으로부터 보호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사람들을 말한다. 난민보호의 핵심은 박해 받는 국가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강제송환금지원칙' 준수에 있다. 난민인정은 당사자에게는 생사를 가리는 문제이고, 난민은 불법체류자나 경제이주민과는 성격이 다른, 아무에게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난민 중에는 세상을 변화시킨 인물들이 많다. 미국이 보호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체코 출신 전 미국무장관 울브라이트, 폴란드 출신 쇼팽이 그러하며, 한국의 김구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그러하다. 아인슈타인이 없었다면 인류는 상대성이론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고,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망명자와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망명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민주화를 이룬 한국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적어도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수혜를 이제는 돌려 주어야 할 때이다.

사회의 민주주의 척도는 가장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간의 인간적인 대우의 간격이 어느 정도이며 소수자를 어떻게 보호하느냐로 가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안전한 망명생활을 할 수 있고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인류애로서 난민을 처우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외국인을 위한 독립 난민법을 마련한 것과 난민지원기능을 하는 시설을 마련하여 난민신청자가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난민에 대한 진정한 보호는 그들이 잘 정착하고 능력을 발전시켜서 비호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도움이 되는 인물로 성장하게 국가와 사회가 지원하는 것이다.

난민보호문제는 불투명한 현실에서 잠재적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국의 난민법과 난민정책이 단순히 난민 인정에 그치지 않고 한국 내 소수자 인권보호법 제정의 지렛대가 되고 인권의식 고양의 원동력이 되며,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이루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장복희 선문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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