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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늘 고난 있지만 그게 전부도 마지막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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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늘 고난 있지만 그게 전부도 마지막도 아니다"

입력
2013.10.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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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는 늘 고난이 있지만 그게 전부도, 마지막도 아니며 언젠가는 기쁨과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세계 신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희망의 신학자'로 불리는 위르겐 몰트만(87) 독일 튀빙겐대 명예교수는 2일 경기 부천시 서울신학대에서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석좌교수로 위촉된 뒤 기념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몰트만 교수는 "고통과 슬픔을 이기는 것은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 고백이 아니라 그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예수가 고난을 당했지만 결국 승리한 것처럼 그의 고난에 동참하면 오히려 부활의 기쁨이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는 성탄절의 기쁨, 부활절의 영광 같은 잔치로 넘쳐나는 기쁨의 종교이지만 보편적 표정은 십자가, 곧 고통과 고난, 잔인한 죽음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적 기쁨과 감각적 기쁨은 다르다"며 "이 둘은 함께 속해 있지만 생명의 기쁨과 신약성서에서 '육체적 즐거움'이라 불리는 파괴적 중독증을 구별해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몰트만 교수는 특히 아돌프 히틀러 암살을 계획하려다 처형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말을 인용해 "고난 당하는 하나님만이 도우실 수 있다"며 "고난을 당할 수 없는 하나님은 기쁨의 하나님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는 그 중심에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이 있는데 어떻게 기쁨의 종교가 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예수가 십자가형에 처해진 골고다 언덕 뒤에 부활의 태양이 떠오르고, 십자가에 달린 그 분 안에서 새롭고 영원한 세계의 창조가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몰트만 교수는 2차 세계대전 후 표적을 잃고 헤매던 서양 사회에 책상 위의 신학 대신 행동하고 참여하는 신학인 '희망의 신학'으로 새로운 기독교적 희망을 제시했다. 그의 이런 신학은 남미의 해방신학이나 흑인신학, 한국의 민중신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칼 바르트(1886~1968) 이후 현대 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신학자다.

그의 '희망의 신학'은 철저한 체험에서 나왔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18세에 독일군에 징병됐는데, 6개월 뒤 벨기에의 한 숲에서 영국군에게 붙잡혀 3년간 벨기에와 영국에서 포로생활을 하면서 삶이 변했다. 같이 입대했던 독일군 포로들은 절망 속에서 병들어 죽어갔지만 그는 우연히 미군 군목에게서 받은 신약과 시편 성경을 읽으며 희망을 찾았다. 거기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했다.

이런 체험은 60년대 초까지 세계 신학의 주류를 이루었던 '사신(死神)신학'의 열풍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당시 신학은 모든 초자연적이며 신 중심적인 신화로 규정하는 등 초자연주의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초월적이며 전능한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순전히 인간 예수만 집중했다. 바로 그 무렵 몰트만이 등장하면서 초월적 '희망의 신학'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한국과 인연도 깊어, 1975년 첫 방한 때 당시 독재정권에 맞서 한신대 교수들이 삭발투쟁을 할 때 이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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