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혼자 살던 60대 여성 김모씨가 숨진 지 5년 만에 자신의 집에서 백골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주는 가운데 김씨처럼 고독사에 노출된 독거노인이 125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5년에는 3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2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현재 홀로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125만2,000명으로 전체 노인의 20.4%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독거노인은 2020년 174만5,000명(21.6%), 2030년 282만명(22.2%), 2035년에는 343만명(23.2%)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자녀와 따로 살 가능성이 더 높고 이혼과 독신가구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독사의 정의가 불명확해 정부 차원의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단 노인이 대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연고시체(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장례 거부)는 2011년 전국적으로 720건에 달했다.
독거노인을 관리하는 서비스가 없지는 않다.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주 1회 이상 가정방문, 안전 확인 등을 하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사회복지법인이 주체가 돼 도시락배달, 상담서비스를 하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등이 있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라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상당수 노인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견된 김씨도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지자체의 관리가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존재하는 민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통합해 지역사회의 감시망을 촘촘히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고 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도 보건소에서 노인 건강조사를 나가는데 방문조사를 할 때 노인을 돌보는 가족이 있는지, 가정 형편과 건강 상태는 어떤지 확인한 정보를 사회복지공무원은 물론 동네 이장이나 부녀회장, 종교기관 등과 공유하고 청소봉사, 도시락봉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식으로 지역사회의 잠재력을 활용하면 고독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보호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생명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전용호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친목모임, 봉사모임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모임을 활성화해 노인들끼리 상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51개 시군구 363곳에서 운영해 효과를 보는 노인공동생활가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발적 참여자에 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공동생활가정은 독거노인 5~10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것이다. 박지영 교수는 "오랫동안 혼자 사는 데 익숙한 노인들은 편안함이나 자유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강요하면 우울증에 빠지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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