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의 진원지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공식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참여정부 청와대의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 초안이 삭제된 흔적을 확인하고, 이지원 자체를 복제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 구축한 '봉하 이지원'에 별도의 수정본이 보관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40여일 간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에 상주하며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기록물 전체를 확인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검찰은 참여정부가 국가기록원에 공식 이관한 대통령기록물의 이관용 외장하드, 대통령기록관의 전자기록물 관리시스템인 팜스(PAMS), 이지원의 설계도 격인 소스코드 및 대통령기록물 데이터 저장매체(NAS), 서고의 기록물 등 755만건 전체를 확인한 결과 문제의 대화록도, 여기서 삭제한 흔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노 전 대통령 측이 2008년 2월 퇴임 당시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다가 그 해 7월 국가기록원에 되돌린 '봉하 이지원'에서 대화록 초안이 삭제된 것을 확인하고 복구했다고 밝혔으나, 삭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봉하 이지원'은 청와대의 이지원을 복제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 이지원에서 초안이 삭제됐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또 '봉하 이지원'에서 초안에서 약간 수정된 별도의 대화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삭제된 대화록 초안과 '봉하 이지원'에 남아있는 수정본, 국정원 보관 대화록 등 3개 기록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검찰은 "일부 의미 있는 차이가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최종)수사결과 발표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는 경위와 대화록 초안을 삭제한 행위 등의 위법성 여부를 밝히기 위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 30여명을 줄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화록은 반드시 이관돼야 하고, 이관이 안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삭제가 됐다면 문제가 더 크다"고 밝혀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는 반론이 있는데다 관련 판례도 사실상 전무해 치열한 법리논쟁이 예상된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듯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초 실종은 국기 문란"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사하고 있으니 지켜보겠다.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반면 노무현재단은 성명을 통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이지원에는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은폐니 사초실종이니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재단측은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이 삭제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검찰이 삭제, 복구 등의 표현을 써 의혹이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정략적 행태는 유감"이라며 "이지원에는 남아있는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는 왜 없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규명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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