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전교에서 성적이 바닥권인 학생들을 모아 국어ㆍ영어ㆍ수학을 가르치는 '교과 캠프'를 열었다. 방학 기간의 약 절반인 2주동안 매일 4교시씩 수업을 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여름방학에 5학년을 대상으로 '학력향상 캠프'를 3주간 진행했다.
초등학교 10곳 중 6곳은 이처럼 방학 중에도 공부를 시키는 교과캠프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초등학교 16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2년 겨울ㆍ2013년 여름 방학 기간 교과캠프 운영 실태'를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94곳(58%)이 방학 중 교과캠프를 운영했다. 학습부진아의 기초학력을 신장하거나 영어 등 특정 과목의 실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 캠프들이다.
교과캠프의 개수는 282개로 학교당 3.3개 꼴이었다. 10일 이상 편성한 캠프가 전체의 37%(107개)였고 20일 이상 진행된 프로그램도 8개였다.
사실상 방학 중 보충수업을 초등학생에게까지 실시하는 데 대해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김중훈 정책위원은 "학습부진아 대상 교과캠프의 경우, 아이들 사이에서 '공부 못하는 애'라는 낙인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방학마저 빼앗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시ㆍ도 교육청 평가, 교육청의 학교 평가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지표 중 하나로 평가하는 점이 초등학생 보충수업을 부추기고 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청의 학교평가 지표에 교과캠프 운영 현황이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성적향상도가 포함된다"며 "학교 성과급이 달린 문제이니 방학에도 교과캠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높은 초ㆍ중ㆍ고 가운데 '기초튼튼 행복학교'(700곳), '학력 향상형 창의경영학교'(460곳) 등을 지정해 1,200만~2,400만원씩 지원금을 주고 학습부진아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유은혜 의원은 "학습부진아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초등생에게까지 과도하게 운영하면 또 다른 학업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며 "교육부가 시ㆍ도 교육청과 함께 실태조사를 해 적정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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