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첫날인 1일(현지시간) 워싱턴 정가는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셧다운을 초래한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의 강행 의지를 천명했고 민주ㆍ공화 양당은 대화 없는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부정적 여론에 직면한 공화당이 한시적 특별 예산안 검토에 나섰으나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오후 백악관에서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회동할 예정이어서 해법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의회의 한 쪽(하원)에 있는 한 정당(공화당)의 한 당파(극우 보수주의인 티파티)가 하나의 법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문을 닫았다"며 "그들은 이념 선동으로 문을 닫으면서 몸값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는 또 "이념이 미국 경제를 인질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공화당은 깨달아야 한다"며 "오바마케어는 셧다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내주로 예정됐던 말레이시아, 필리핀 방문도 취소했다.
의회는 이날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하원은 예산안 논의를 위한 상ㆍ하원특별양원협의회를 구성해 협상을 시작하되 오바마케어 조정 문제도 의제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상원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이 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 처리했다.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바마케어와 같은 군더더기가 붙지 않은 예산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베이너 하원의장이 연방정부 셧다운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하원의 제안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거절함으로써 교착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국립공원과 박물관, 보훈부(VA), 국립공원관리청(NPS)의 지출을 12월 15일까지 허용하는 한시적 특별 예산안 처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정부부처 예산 배정은 진지한 접근 방식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여론이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이번 사태를 주도한 베이너 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베이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1995년 말~1996년 초 최장기 셧다운을 주도할 당시 그의 보좌관이었다. 깅리치는 이후 정치적으로 몰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이너 의장이 강경파인 티파티에 휘둘려 또다시 공화당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연방정부 셧다운은 베이너 리더십의 명백한 실패"라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