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정규시즌을 제패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삼성은 2일 부산 롯데전에서 9-2로 승리, 정규시즌 1경기를 남겨 두고 극적으로 남아 있던 매직넘버 1개를 지웠다. 이로써 75승2무50패가 된 삼성은 2위 넥센, 3위 LG의 남은 성적과 상관 없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삼성은 자칫 가장 먼저 시즌을 마치고 다른 팀의 결과를 지켜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지만 "반드시 자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의지가 성공을 거뒀다. 삼성은 3일 부산 롯데전을 끝으로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모두 마친 뒤 24일부터 대망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나선다. 넥센은 창원에서 NC를 2-1로 꺾고 이날 한화에 패한 LG를 밀어내고 2위 자리로 올라섰다.
시스템 야구 대성공
국내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2연패는 해태(1996ㆍ1997), 삼성(2001ㆍ2002, 2005ㆍ2006, 2011ㆍ2012), 현대(2003ㆍ2004), SK(2007ㆍ2008) 등이 6차례 달성했지만 3연패의 금자탑을 세운 건 처음이다. 특히 1986~1989년 해태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지만 이 기간 정규시즌 승률이 가장 높았던 시즌은 1988년뿐이었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도 정규시즌 우승은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년이 지난 2010년이었다.
그렇다면 삼성 야구는 왜 강할까. 그 해답은 시스템 야구에 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2군 시스템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하드웨어 시스템 강화는 일찌감치 이뤄졌다. 1996년 3월 경북 경산시 진량면 선화리에 대지면적 1만1,566평의 경산볼파크를 준공했다. 기존의 전용구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이 프로젝트에 당시 108억원을 투자했고, 2003년 3월에는 다시 7억원을 투자해 경산볼파크 역사관을 짓기도 했다.
선구자 역할을 했던 삼성의 경산볼파크는 그 후 각 구단 전용훈련장의 본보기가 됐다. 지난 2007년 롯데가 10월 김해시 상동면에 상동야구장을 개장했다. 최근에는 KIA가 전남 함평군에 대규모 전용훈련장을 완공하기도 했다. 한화와 SK, LG, 두산 등도 신규 전용훈련장을 개장했거나, 더 나은 훈련장을 준비 중이다. 삼성의 경산볼파크가 프로야구 전체 인프라를 발전시키는데 있어 좋은 모델이 됐다는 건 분명하다.
인적 시스템의 구축
삼성은 최근 수년간 외부에서 대형 FA를 영입하지 않았다. 그 보다는 내부적으로 선수 육성에 힘썼다. 대형 FA 영입은 당장은 전력에 도움이 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백업 선수들이나 유망주들의 의욕 저하를 부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 숫자를 늘리고 3군을 정착시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 결과 최근 몇 년에 걸쳐 김상수, 이영욱, 정인욱, 정형식, 심창민, 배영섭, 이지영 등 1군 전력을 자체적으로 키워냈다. 올 시즌에는 김현우, 정현 등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기회를 얻기도 했다. 같은 맥락으로, 시즌 막판에는 김태완, 이상훈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군복무 문제를 체계적인 로테이션으로 관리하는 것도 삼성의 강점이다. 포지션별로 빈자리가 없도록, 향후 4~5년까지 내다보는 장기 플랜을 통해 선수들의 군 관리를 이어오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군복무를 마친 투수 임현준, 외야수 이영욱과 문선엽 등이 복귀한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투수 임진우, 박민규, 정인욱과 내야수 구자욱이 돌아오게 된다.
프라이드 인 삼성(PRIDE IN SAMSUNG)
삼성 선수들만이 갖고 있는 자신감도 무시할 수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즌 중 "삼성이 무서운 이유는 큰 경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선수단에는 다른 팀에 없는 우승 DNA가 있다"고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위기에서 팀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지난 9월14일 삼성은 한화에게 패하며 1위 LG와의 간격이 2.5게임 차로 벌어졌다. 15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라 "이제 삼성이 재역전하는 건 어렵겠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튿날부터 거짓말처럼 8연승을 달리며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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