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성소수자 광고물 게시를 금지했던 마포구에서도 관련 현수막을 볼 수 있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에 따른 조치다.
앞서 마포구는 지난해 12월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내걸려고 했던 'LGBT(레즈비언ㆍ게이ㆍ바이섹슈얼ㆍ트랜스젠더),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 2개의 게시를 불허했다.
지역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마레연)는 2일 마포구청이 현수막 게시를 원할 경우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마포구가 게시물의 일부 문구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마레연은 지난해 마포구청이 '게이' '바이섹슈얼' 등 단어가 혐오감을 일으키고 일부 내용이 과장됐다는 이유로 현수막 게시를 불허하자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마포구청장에게 "광고물 내용이 성소수자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직원들에게 성소수자 차별금지에 관한 인권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하면서 시행 여부를 90일 안에 회신하라고 통보했다.
마포구청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겠다면서도 '이곳을 지나는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문구대로라면 전체 마포구민(39만명) 중 3만9,000명이 성소수자라는 얘긴데 이를 입증할 만한 통계수치나 근거가 없다"면서 "과장된 문구로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게시를 불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레연 관계자는 "광고 내용에 대해 구청이 과도하게 심사하거나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인권위 판단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라며 "성소수자의 존재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차별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마레연은 조만간 같은 문구를 담은 현수막 게시를 신청할 계획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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