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이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신청 불과 3주 전인 추석연휴 직전까지 동양시멘트 지분 등을 담보로 한 동양 기업어음(CP)을 판매했으며, 정진석 사장이 이를 적극 독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증권 노조는 "현재현 회장과 측근인 정 사장이 몰래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를 준비하며 직원들을 속였다"면서 법원에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티와이석세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1,569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이중 3분의 2인 1,000억원 가량이 9월 들어 집중적으로 발행됐고, 담보는 동양시멘트 지분이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지분가치가 폭락하므로 이 상품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직원들은 정 사장이 적극적으로 CP 판매를 독려한 데다, 동양시멘트는 동양파워라는 알짜 계열사도 있고 부채비율도 낮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보고 고객들에게 이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실제 지난달 11일께 서울 강남허브센터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계열사 CP 판매를 독려했으며, 이 자리에서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양증권 노조는 경영진이 이 같이 호언장담한지 불과 3주 후에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고객을 상대로 한 사기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2일 춘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기각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현 회장은 법정관리 우려가 없다면서 동양증권 임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CP 판매를 권장하였는데 불과 몇 주 후에 단기사채 부도 우려가 있다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면서 "이는 과거 회장 일가가 구속된 'LIG CP 사기'와 유사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노조뿐 아니라 임원들까지도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모기업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동양시멘트는 재무구조가 비교적 우량하고 시멘트업계 매출 2위의 탄탄한 기반을 보유한 기업으로,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성명에는 정진석 사장도 서명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요 계열사 매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마련 중이었으며, 추석 직전만 해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돼 만기 도래하는 CP를 막고 정상적인 경영상태가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전국 동양증권 지점에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동양증권 제주지점의 직원이 2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직원은 회사의 판매 독려 때문에 친척과 지인 등에게 회사채와 CP를 다수 판매했다가 법정관리 신청 후 피해를 복구할 방법이 없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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