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수입차 브랜드인 아우디는 이달 안에 전국 9개 지역에 전시 매장(딜러)을 오픈할 예정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수입차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에 신규 오픈하는 매장은 단 1개뿐. 8개는 모두 서울 이외 지역에 들어서는데, 수도권 도시인 안양, 수도권과 멀지 않은 천안, 그리고 도청 소재지역인 청주와 춘천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머지 4개 매장은 '뜻밖의' 지역에 문을 연다. 경북 포항, 경남 진주, 전북 군산, 그리고 전남 순천. 모두 지방 중소도시들이다. 서울과 수도권도 아니고, 광역시도 아니고, 하다못해 도청 소재도시도 아닌 중간규모 지방도시에 수입차 딜러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우디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입차 시장을 대도시들이 키웠다면 앞으로는 중소 도시들이 이끌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방 시장 선점을 위해 중소도시에도 전시장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입차가 '전국구 시대'를 열고 있다. 자동차 내수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고속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수입차는 이제 서울과 대도시를 벗어나, 인구 50만명 이하의 지방 중소도시로까지 그 위세를 넓혀가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인구 10만 남짓한 경북 안동에 전시매장을 열었다. 직원은 단 2명. 하지만 5개월 여만에 40대 넘는 차를 팔았다. 현대차의 영업사원들이 월 평균 3대를 판매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꽤 좋은 성적이다. 한국토요타 현지딜러인 YM모터스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실적"이라며 "내년엔 월 평균 10대, 연간 120대는 무난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라고 해서 아무데나 가는 건 아니다. 규모는 작아도 인구구성상 충분히 구매력이 있는 도시를 골라서 딜러매장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가 이번에 매장을 신규 오픈하는 진주의 경우 인구 33만의 중소도시이다. 이렇다 할 기업이나 대규모 생산시설도 없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 1위업체인 BMW는 이미 10여년 전에 진출, 시장을 독점해왔는데 이번에 아우디가 가세한 것이다.
이유는 '대학도시'란 점 때문이다. BMW 관계자는 "진주에만 경상대와 경남과학대, 연암공대 등 7개의 대학이 자리 잡고 있어 아마도 교수인구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매력 높은 교수들을 주 고객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포항은 기존 BMW 벤츠 렉서스에 이어 이번 아우디까지 가세하면서, 지방 중소도시 가운데 수입차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인구 50만명의 중간급 도시이지만, 포항제철소 등 대형 산업체가 많아 그만큼 구매력 높은 고객층이 많다는 게 수입차의 포항행을 재촉하는 이유다. 아우디가 이번에 인구 27만명의 중소도시인 전남 순천에 딜러 매장을 오픈한 것 역시 인근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들을 염두에 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도 수입차를 탈 만한 부자들은 충분히 많다고 본다"며 "도청소재지 이상 대도시엔 이미 딜러망이 충분히 구축된 만큼 앞으로 수입차들의 지방 중소도시 공략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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