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풍경이었다. 공연 시간만 4시간이 넘고, 두 번의 휴식 시간을 포함하면 5시간이 넘는 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는 대낮부터 북적였다. 긴 러닝타임을 고려해 평일 공연 시간을 통상적인 오후 8시에서 직장인들이 근무에 한창일 오후 4시로 당겼지만 1,575석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한국 초연의 기다림이 컸던 때문인지 흔히 지루한 장르라는 편견이 있는 오페라, 그 중에서도 어렵기로 유명한 바그너의 작품에 몰린 관객의 기대는 뜻밖에 높았다.
올해 클래식 음악계 최고의 기대 공연으로 꼽혀 온 국립오페라단 제작 오페라 '파르지팔'이 1일 그 첫 무대를 공개했다.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 '파르지팔'은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쓰인 성배(聖杯)의 전설을 토대로 한 장대한 판타지다. 스토리에는 몰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 한국 초연인 이번 공연은 바그너 전문 가수로 이름을 날리는 화려한 출연진 덕분에 사전 기대 못지않게 객석 호응도가 높았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등 세계 무대에서 구르네만츠 역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연광철의 정교한 연기와 기품 있는 목소리를 실연으로 접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극적인 연기가 돋보였던 이본 네프(쿤드리 역)와 힘차고 화려한 바그너 영웅 테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크리스토퍼 벤트리스(파르지팔 역)도 큰 박수를 받았다.
바그너 연주 경험이 많은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이 이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목관 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집중력이 흔들렸던 전반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초연인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세트와 조명까지 직접 챙긴 프랑스 연출가 필립 아흘로가 꾸민 무대는 화려한 색채의 회화적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무대가 너무 좁아져 성악가들의 동선을 방해했다. 연기 공간이 좁아진 탓에 조역 가수들의 어색한 연기도 더 부각됐다. 정체성이 모호한 의상도 아쉬움을 남겼다.
3, 5일 2회 남은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바그너 작품에 도전한다. 2015년부터 4년간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공연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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