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일만에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2일 오전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현장사무소 앞.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설치한 임시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70여명의 밀양시 공무원이 다가서자 움막 주변의 주민과 통합진보당 당원 등 50여명이 한줄로 서서 양팔을 낀 채 저항했다.
오전 11시 움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시작됐고, 양측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병력까지 투입됐지만,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 움막은 겨우 지켜졌다. 도로 가장자리 농수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낡은 움막은 송전탑 건설 자재들을 헬기로 실어 나르는 409 현장사무소의 작업을 막기 위해 사용된 농성장이다.
철거 시도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6시간 넘게 작은 마찰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문정선(46∙여) 밀양시의원은 "목숨을 걸고 주민을 지키겠다"며 움막 입구에 매어 놓은 밧줄에 스스로 목을 걸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움막 뒤쪽으로 접근하다 돌을 던지며 막아서는 주민들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한 주민이 던진 돌이 벌집을 건드려 이모(53)씨 등 시 공무원 2명이 벌에 쏘여 급히 병원으로 옮겨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290여 명의 인원과 건설장비를 투입,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동화전마을, 상동면 도곡리, 부북면 위양리 등 5개 현장에서 송전탑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 5월 공사를 재개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한 지 4개월여만이다. 경찰은 한전의 공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20여 개 중대 2,000여 명을 배치해 반대 주민들의 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
공사가 재개되자 곳곳에서 반대 주민과 경찰, 한전 직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부상자가 잇따랐다. 오전 9시30분쯤 부북면 위양리 공사 현장 주변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이모(73·여)씨와 박모(71·여)씨가 허리와 옆구리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에 옮겨졌다. 또 상동면 도곡리 현장에선 강모(63·여)씨가 넘어져 한때 의식을 잃었고, 단장면 바드리마을 현장에서는 김모(75·여)씨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바드리마을 주민 9명은 몸에 쇠사슬을 묶어 인부들의 공사장 진입을 막기도 했다. 주민 김모(57∙여)씨는 "내 고향에서 그냥 지금처럼 이웃과 살고 싶다는데 왜 우리를 죄인 취급하느냐"며 "보상금 400만원이 아니라 4,0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송전탑이 싫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날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반발해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상임대표인 조성제 신부와 환경단체 대표, 주민 2명 등은 서울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관 12명을 공사 현장에 보내 인권 침해 감시 활동을 벌였다.
밀양=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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