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ㆍ신시내티)의 꿈 같은 '가을 야구'가 한 경기 만에 끝났다.
추신수는 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톱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추신수의 분전에도 팀은 2-6으로 패해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추신수의 가을 야구는 빨리 막을 내렸지만 이날 보여준 활약은 강렬했다.
2005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추신수는 8년 만에 그토록 바라던 포스트시즌 첫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1-6으로 뒤진 8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피츠버그 측에서 관중의 손을 맞고 떨어졌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심판진은 판독 후 홈런을 인정했다.
4회초에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팀의 첫 번째 득점을 올리는 등 자신의 손과 발로 이날 팀 득점을 모두 책임졌다. 이날 추신수의 출루, 득점, 홈런, 안타, 타점 등은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세운 첫 기록이다. 추신수에 앞서 최희섭(KIA)은 2004년 LA 다저스 시절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 대타로 나가 2루 땅볼에 그쳤다.
추신수-류현진, PS 맞대결 무산
추신수가 시즌을 마감하면서 한국 팬들이 기대했던 류현진(26ㆍ다저스)과의 포스트시즌 투타 맞대결은 불발됐다. 이들은 두 팀이 동반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할 경우 성사될 수 있었다. 추신수는 지난 7월28일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다저스는 4일부터 애틀랜타와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를 펼친다.
추신수는 "의미 있는 한 해였지만 여기까지 와서 패해 아쉽다"며 "내년에는 준비를 더 많이 해 끝까지 가고 싶다"고 2013 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끝까지 응원해준 한국의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올해 정규시즌 152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5리, 출루율 4할2푼3리, 21홈런, 20도루, 107득점, 112볼넷, 몸에 맞는 공 26개 등의 기록을 남겼다. 가장 의미 있는 기록으로 출루율을 꼽은 추신수는 "1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큰 경기도 강한 추신수, FA 대박 기정사실
내셔널리그 최고의 톱 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는 정규시즌 못지 않게 큰 경기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물음표가 붙었던 중견수 수비 또한 정확한 타구 판단 능력으로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쳤다. '큰 경기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뗀 추신수는 이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일만 남았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는 추신수는 올해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감자다.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추신수의 가치는 1억달러 이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현지 언론에서도 9,000만달러에서 1억달러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신수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아직은 신시내티 선수"라며 "이제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5툴(타격ㆍ파워ㆍ수비ㆍ송구ㆍ주루) 플레이어인 추신수를 탐내는 구단은 현재 소속 팀 신시내티를 비롯해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텍사스 등 최소 4개 이상이다. 보라스는 "톱 타자가 필요한 팀은 많다"면서 '대박 계약'을 낙관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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