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만큼은 밀릴 수 없다.", "홈 이점을 살려 상승세를 이어가겠다."
2013~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가 3일부터 나흘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쇼트트랙 강국인 캐나다와 중국, 러시아 등 총 31개국에서 3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3~4일 이틀간 예선을 치르고 5~6일 결선을 통해 남녀 500m와 1,000m, 1,500m, 남자 5,000m 계주, 여자 3,000m 계주의 우승자를 가린다. 한국에서 월드컵 시리즈가 개최되는 것은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현재 한국 쇼트트랙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자 대표팀이 주춤한 반면 여자 대표팀은 세계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끝난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심석희(16ㆍ세화여고)가 3관왕에 오르며 2014 소치올림픽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은 노진규(한국체대)가 1,500m에서 한 개의 금메달을 따내는데 그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1차 대회 직후 노진규마저 왼 어깨 통증을 호소, 이번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홈 이점을 살려 또 한 번 금메달을 싹쓸이 하겠다"는 여자 대표팀과 "안방에서만큼은 굴욕을 맛 볼 수 없다"는 남자 대표팀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처지는 다르지만, 그래도 금메달을 바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2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는 이러한 대표팀의 각오가 고스란히 드러난 무대였다. 심석희는 "올 시즌에는 전체적으로 레이스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1차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이번에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승희(21·화성시청) 역시 "국내에서 한다고 해서 부담을 가지면 더 경기가 안 풀릴 것"이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1차 대회 때처럼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자 대표팀의 목소리는 좀 더 비장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종합우승자인 남자 대표팀의 신다운(20ㆍ서울시청)은 "1차 대회 때는 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 않았다.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며 "이제는 몸이 다 나았다. 홈에서 국제대회를 하는 것은 처음인데 응원을 등에 업고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윤재명 남자 대표팀 감독도 "1차 대회 때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몸 상태를 많이 끌어올렸으니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소치 올림픽의 출전권이 걸린 3ㆍ4차 대회에 앞서 열리는 만큼 다른 나라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러시아로 귀화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안현수를 포함해 캐나다, 중국, 미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윤재명 감독은 "(모든 관심이 안현수에 집중됐지만) 이제 그는 외국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선수는 더 많다"면서 "캐나다 선수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러시아나 미국 등 지금 상황으로서는 누가 1위를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는 "쇼트트랙 강국인 캐나다와 중국의 컨디션이 아직 덜 올라온 상태로 보이지만 의외로 껄끄러운 선수 5명 가량을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끊임없이 다른 나라 선수들을 분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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