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동양증권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동양증권이 시장에 나올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진행 중인데, 알짜 증권사인 동양증권이 경쟁 매물로 등장하면 제값 받기가 힘들어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동양증권의 1ㆍ2대 주주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대해 법원은 법정관리보다는 파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 모두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레저는 골프장(4개) 소유를 제외하면 특별한 사업이 없으며, 동양인터내셔널은 2011년 '동양캐피탈대부'에서 명칭을 변경한 이후 무역업으로 사업을 바꿨지만 지난해 65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로, 사실상 껍데기 회사에 불과하다"며 "법정관리 기각으로 파산절차를 밟게 되면 동양증권 등 보유 자산을 모두 매각해 채무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동양증권은 조만간 매물로 등장할 전망이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지분을 각각 14.76%, 19.01%를 보유해, 양사의 지분을 고려할 때 1,000억~4,000억원 수준이면 동양증권 인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동양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분야 1위라는 탄탄한 영업기반과 함께 투자은행(IB) 부문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인수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상위 증권사로 도약이 가능한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러나 동양증권이 경쟁 매물이 될 것이란 소식은 21일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는 우리증권에게 대형 악재다. 현재 우리증권 인수희망자는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파인스트리트, 대신증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자산운용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포함한 패키지 매각이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반면 동양증권은 단일 매물이라 증권업 확장을 노리는 회사입장에선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동양이 앞선다.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증권의 개별 매각 가격을 8,000억~1조2,000억원으로 보고 있고, 패키지 매각일 경우 1조1,000억~1조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동양증권 매각은 우리증권의 인수합병 프리미엄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며 "동양은 IB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이번 동양 사태로 인수가격도 많이 낮아져 인수에 나서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며 분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