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제 비폭력의 날'이다. 유엔은 2007년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친 마하트마 간디의 생일인 10월 2일을 국제 비폭력의 날로 정했다. 간디의 이 정신을 '무저항'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는 비협조와 시민불복종이라는 적극적 형태로 운동을 전개했다. 물리적 폭력이나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대한 그의 비폭력적 대항은 그래서 더욱 지지를 얻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창립부터 지난 40여년 간 '비폭력 직접행동'(NVDA·Non Violence Direct Action)을 통해 환경보호와 세계평화를 위해 힘써왔다. 상업적 고래잡이의 참혹한 현장을 대중에 고발하는 한편 이를 저지한 활동은 대중에 특히 잘 알려져 있다. 1985년에는 프랑스 핵무기 실험을 반대하기 위해 남태평양에서 벌인 활동으로 프랑스 정보 당국의 공격을 받아 사상자를 낳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에서도 비폭력 직접행동이 있었다. 그린피스 활동가 4명이 부산 광안대교 상부 공중에 텐트를 치고 52시간 동안 머물면서 원전 사고에 대비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는 고리 원전에서 불과 25km 떨어진 곳으로, 원전 사고 시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한 언론인은 칼럼에서 "철저하게 비폭력적이고,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것 같지만 스스로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그린피스 스타일"이라고 썼다. 이 시위 사건의 담당 판사 역시 "원전사고 안전 대책 부족에 관한 정부나 시민들의 경각심 고취라는 전적으로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리적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린피스의 비폭력 직접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의 북극해 석유 시추를 반대하며 벌인 평화적 해상 시위로 구속 수감된 활동가 30명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세계가 뭉치고 있다. 이미 전세계 6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러시아 정부에 이메일 보내기 활동에 동참했고, 지난 주말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 등 30개국에서 평화적 시위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비폭력의 날인 오늘 한국 밀양에서도 비폭력 저항적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한전이 고리 원전에서 연결되는 고압송전탑 공사 재개를 강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공사를 위해 동원되는 경찰병력이 무려 3,000명이다. 지난 9년 동안 한전의 토지강제수용에 맞서 비폭력적으로 싸워온 주민들은 이번에도 공사 현장 앞에서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거나 단식을 벌이는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다수가 현장의 충돌을 얘기하지만 이 사태에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원자력이라는 에너지는 주로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태생부터 폭력적이다. 지금까지 밀양 주민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력난을 핑계로 실질적 검토 없이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간디가 세상을 떠난 지 65년이 지났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폭력이 만연하다. 러시아가 북극해 개발을 위해 그린피스 활동가의 평화적 시위를 압박하는 것도, 한국 정부가 원전 사업을 위해 밀양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폭력에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것은 분명 위대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폭력적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장다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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