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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국회선진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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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국회선진화법

입력
2013.10.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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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야 합의로 만든 국회 선진화법의 개정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법은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 및 단독 처리 기준을 의석 과반에서 3/5으로 강화했기 때문에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기초연금 관련법 개정 등을 새누리당 단독으로 처리키는 난망한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법리 검토에 착수한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발의해 야당의 협조로 통과된 법을 상황에 따라 바꾸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새누리당 일각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게을리 하면서 법 제정 1년 만에 포기하겠다는 건 무책임한 행태"라며 "정당한 다수지배의 논리를 부정하는 다수파벌의 전횡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재광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국회 선진화법은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을 본회의 의결요건으로 규정한 헌법 49조에 위배된다"며 "한 표만 더 얻어도 대통령이 되고 다수당이 되는데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식물국회법'이 되고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법안통과 재적 3/5요건 개정 주장은 정당한 다수지배의 논리 부정하는 것"대화·타협만 제대로 되면 문제없어법 제정 1년 만에 포기는 무책임합의 통과된 만큼 위헌 가능성 적어

국회선진화법을 두고 벌이는 여야의 공방에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다수는 민생과 동떨어진 정쟁에 한숨을 내쉴 것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회를 파벌의 해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힌트를 주는 사람은 미국 헌법을 설계한 제임스 메디슨이다. 그는 국가의 공공선에 역행하는 파벌이 생기는 이유를, 인간이 본성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그래서 그는 파벌의 원인을 제거하는 접근보다는 파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의 방법은 소수파벌의 전횡은 다수지배의 원리로 막고, 다수파벌의 전횡은 삼권분립과 광역선거구를 통한 공정하고 사심 없는 대표자의 선출로 막고자 했다. 파벌들이 서로를 견제·감시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선과 균형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어느 파벌도 정부의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다수지배의 원리'는 다수파가 숫자의 논리로 소수파를 배제하는 '다수파벌의 전횡'(tyranny of majority)과 다르다고 보면서, 다수지배는 서로를 배려하고 공화의 미를 추구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보았다.

한국의 삼권분립은 형식적이다.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로 작동되었기 때문에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와 의원의 자율적 견제력은 매우 약하다. 당의 공천권을 장악한 대통령이 집권당 의원과 입법부를 통제해 왔기 때문에 날치기 통과와 야당의 장외투쟁이라는 후진적인 관행이 만들어졌다. 메디슨 관점에서 볼 때, 국회선진화법 제정은 후진적인 관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계기다. 하지만 새누리당 강경파가 이것을 포기하려고 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의 발단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 협조 없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소수파벌의 전횡논리를 내세운 데서 촉발되었다. 위기는 법의 정신을 망각한 소수파벌의 전횡논리에 법 개정이란 다수파벌의 전횡논리가 부딪치면서 증폭됐다. 여야 모두 '파벌의 해악'에서 벗어나 '법의 정신'을 상기해야 한다. 법 개정은 다음과 같이 정당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법은 야당의 협조와 동의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려우므로 의식적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대화와 타협이 제대로만 되면, 법안 통과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당은 거꾸로 5분의3 이상을 이유로 대화와 타협을 게을리 하면서 법 제정 1년 만에 포기하겠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된 무책임한 행태다. 둘째, '5분의3'규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것은 '정당한 다수지배의 논리'를 부정하는 다수파벌의 전횡논리에 불과하다. 우리 민주공화국 헌법과 의회주의 정신은 '다수파벌의 전횡'이 아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다수지배의 논리'를 지지하고 있으며, 국호가 '민주'의 비중만큼 토론과 양보, 합의, 공존을 상징하는 '공화'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다수파벌의 전횡'논리와 무관하다. 셋째, 위헌소송은 '정치의 사법화'로 반의회정치적이다. 입법부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부로 들고 가는 모양새는 사법부의 정치개입을 강화시켜 주는 것으로 입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약화시킨다.

넷째, 실익이 없다. '5분의3'규정이 과반수를 존중하는 헌법과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헌법 49조에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가 있고, 법이 합의 통과된 만큼 입법부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법부의 관행을 볼 때, 위헌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 문제의 본질은 법 자체가 아니라 법의 취지대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망각하고 후진적인 인식태도와 관행을 고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관철하는 당 지도부에 의하여 당론이 결정되지 않도록 원내정당화를 내실화해야 하며, 강제적 당론의 금지, 당론투표제의 도입 등으로 의원들의 자율성을 실질화해야 한다.

● 김재광 선문대교수·법학"3/5요건은 실질적 다수당 지배 막아 국민 뜻 거스르는 식물국회법 전락"'과반 출석·과반 찬성' 규정 헌법 위배예산안·민생입법 처리라는 책무당리당략 악용땐 국회기능 정지 우려

'적벽부'의 시인으로 유명한 송나라의 소동파는 "독서가 만권에 달하여도 법률은 읽지 않는다(讀書萬卷不讀律)"고 자랑하다가 사상 초유의 필화(筆禍)사건으로 비화되어 감옥에 갇혔다. 왜 소동파는 법률을 읽지 않은 것을 자랑하였을까? 당시 정치적 실세였던 왕안석이 신법(新法)을 통해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하자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였던 소동파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하며 예(禮)로써 나라를 다스릴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왕안석의 신법이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생각한 것도 그 이유가 되었다. 소동파가 처한 정치적 상황과 다르지만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논쟁을 보면 '법률은 읽지 않는다'고 갈파한 소동파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국회선진화법은 2010년 12월 4대강사업 관련 법안과 새해 예산안이 날치기 처리되면서 여야 의원간 주먹다짐으로 유혈사태가 빚어지자 '폭력국회'에 대한 반성으로 태어났다. 핵심내용은 여야간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하며, 미합의 법안의 본회의 상정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되도록 합의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복귀를 선언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을 통한 고강도 대여투쟁을 예고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은 '식물국회'의 주범으로 전락해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성 여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선진화법이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포함돼 있는 다수결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한 표만 더 얻어도 대통령이 되고 다수당이 되는데 국회선진화법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식물국회법이 되고 있다. 셋째,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때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을 명시한 법조항은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을 본회의 의결요건으로 규정한 헌법 제49조에 위배된다.

위의 논지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보자. 첫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는 다수의 지배, 자유로운 투표에 의한 다수의 확정 등이 포함된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 다수의 지배원칙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국회선진화법은 문제가 없지 않다. 둘째, 정당은 정권쟁취를 목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여 다수당이 됨으로써 책임정치를 통해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국회선진화법은 실질적인 다수당의 지배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셋째, 우리 헌법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49조). 헌법상 특별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①법률안에 이의가 있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률안의 재의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②헌법개정안의 의결, 의원의 제명, 의원의 자격심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발의, 대통령 이외의 자에 대한 탄핵소추의결, 국회의장의 선출 등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③국무총리 등에 대한 해임건의발의, 대통령 이외의 자에 대한 탄핵소추 등은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찬성으로 하고 그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한다. 생각건대, 헌법상 특별정족수를 규정한 경우와 비교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의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될 수 있도록 합의요건을 정한 것은 헌법이 허용한 범위를 명백히 넘는다. 그리고 의결정족수는 의안을 유효하게 의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의원수를 말하기 때문에 의결정족수의 본질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예산안과 민생입법 처리라는 막중한 헌법적 책무를 수행해야 할 국회가 당리당략 차원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여 '국회입법엔진'을 끈다면 이는 국회기능정지를 초래하는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을 화두(話頭)로 들고 참선정진하여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 '좋은 법'이 어떤 것인지, 몸싸움 방지하면서도 법률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깨달음'을 얻어 '실천궁행'하기를 기대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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