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열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파문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은 여야 의원들의 무분별한 의혹제기로 빈축을 샀다. 증거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막장 폭로전이 전개돼 본회의장은 야유와 고성으로 얼룩졌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새누리당 검찰 출신 3인방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의 발언. 김 의원은 질의에서"채 전 총장과 (내연녀로 지목된) 임 모씨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이유는 임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며 뜬금없는 삼각관계설을 제기해 곧바로 야당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윤리도 양심도 없는 소설은 처음이다. 면책특권의 뒤에 숨지 말고 여성정치인이 누구인지 낱낱이 밝히라"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검사출신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채 전 총장과 민주당 간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해 장내 소란을 야기했다. 증거로 먹고 사는 수사검사 출신들이 풍문 수준을 들고 야당 공격의 소재로 삼는 것에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뒷말이 나왔다.
여당을 압박해 긴급현안질문을 관철시켰던 민주당도 뚜렷한 증거 없이 공세를 이어가 무책임한 폭로장 변질에 일조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팀의 한 검사가 지난달 15일 밤 검찰총장 사찰설 등에 대한 글을 내부통신망에 올렸다가 6분 뒤 글을 내리라는 청와대 행정관의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며 청와대의 실시간 감시설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검사의 글은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정리해 법리를 따져본 것으로 당시 보도된 사안이고, 지금도 내부통신망에 남아 있어 청와대의 협박성 전화가 있었는지 여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질되면서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채 전 총장 관련) 자료를 모두 주고 떠났다"며 "그런데 곽 전 수석이 이 자료를 들고 선후배 사이인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채동욱은 내가 날린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에 곽 전 수석과 조선일보 기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특정 부서에 배당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을 통해 관여하고 압력을 넣었다는 반발이 검찰 내부에서 강력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상대당 의원의 폭로에 고성과 야유, 비아냥으로 대응해 급기야 의장석에 있던 박병석 부의장이"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품위를 지켜달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마침 방청석에는 부산 금정중학교 학생 300여명이 정치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 이날 출석한 황 장관은'채 총장 찍어내기' 주장에 대해 "채 전 총장에게 나가라고 한 적이 없고, (그간 채 전 총장에게)'억울하면 억울한 것을 잘 조사해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권유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긴급현안질문 뒤 의원총회를 열고 황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키로 결의하고 제출시기는 원내지도부에 일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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