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현재 5%인 소비세(부가가치세)율을 내년 4월 1일부터 8%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세금 인상으로 경기가 악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6조엔대 규모의 경기 대책도 마련했다.
아베 총리는 1일 관저에서 열린 정부여당정책간담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일본의 소비세율이 오른 것은 1997년 4월 3%에서 5%로 인상된 뒤 17년 만이다.
일본은 민주당이 집권하던 지난해 자민당, 공명당 등 여야의 합의로 소비세를 2014년 8%, 2015년 1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재정적자가 1,008조엔에 달해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었다.
여야가 증세에 합의했지만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탄력을 받고 있는 일본 경제를 다시 꺼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아베 총리는 실행 여부를 검토해왔다. 소비세가 인상돼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으면 모처럼 불붙은 경기에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증세를 일정 기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키로 한 것은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보다, 이미 예정된 증세를 늦춤으로써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긴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더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신인도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다음 세대에 확실히 전하기 위해 증세를 결정했다"며 "경제 정책 실행을 통해 소비세율을 인상해도 그에 따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외국 기업의 일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노림수도 담겨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소비세 증세로 인한 세수 증가분을 사회보장 제도의 유지와 강화에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증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13년 추경예산으로 5조엔을 확보하고 1조엔대의 설비투자 감세조치를 취함으로써 6조엔을 풀기로 했다. 이 돈은 대지진 부흥 사업의 조기 집행과 노후 도로 및 터널 등의 개보수,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위한 교통 및 물류망 정비,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등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정부가 세수입 전액을 연금 및 의료 등 사회보장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가계에 미칠 타격은 클 것"이라며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을 보호하면서 일본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 놓을지 여부가 최대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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