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동양그룹이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재계와 금융권의 관심은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두 회사의 향배에 쏠렸다.
동양시멘트는 동양의 주력회사이고, 동양네트웍스는 현재현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다. 그룹은 해체되지만 현 회장측이 어떤 형태로든 두 회사, 또는 둘 중 하나라도 살려 '재기'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1일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로써 동양그룹의 완전해체로 가게 됐으며, 현 회장 일가는 동양과의 '끈'이 사실상 끊어지게 됐다.
애초 동양시멘트는 법정관리보다 한 단계 아래인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 형태의 정상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예컨대 ▦국내 2위의 시멘트 생산능력 ▦타 계열사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부채비율(196%) ▦당장 만기 도래하는 채권이 적다는 점 ▦동양의 미래사업인 삼청화력발전소(동양파워)의 최대주주란 점 등을 감안하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으로도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현 회장 입장에선 다른 계열사는 다 놓치더라도 동양시멘트만 건질 수 있다면 최선인 상황이었다.
동양네트웍스도 마찬가지. 현 회장의 장남 승담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로, 일가지분이 60%가 넘는다. 특히 골프장과 가회동 한옥 등 오너일가가 아끼는 부동산을 대거 넘겨받았기 때문에, 동양네트웍스를 통해 재기를 모색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행이 결정됨에 따라, 이런 가설은 모두 깨지게 됐다. 특히 법정관리를 현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법정관리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라고 말했다. 동양시멘트의 경우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채권자 중에서도 금융기관이 유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현 회장은 애초 개인투자자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돌려주는 쪽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힘없는 개인들이 보호받으려면 아무래도 법원의 관리를 받는 법정관리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정관리 하에서도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동양 측에선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대체 어느 법원이 오너의 기득권을 보호해주겠는가. 오너일가는 법정관리로 모든 것을 버린 것"이라고 일축했다.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에 있는 주력 5개사가 모두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동양그룹 해체는 더욱 가속화하게 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은 회사들도 매각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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