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 환자의 99%가 우울증 앓아 뇌가 아프면 몸도 우울하다
건드리면 부러질 것 같은 팔다리를 한 말라깽이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끊임없이 다이어트와 성형을 부추기는 시대에 살아가다보니, 마치 그들의 체형과 미(美)가 표준처럼 비춰지곤 한다. 박순원에스앤비의원 박순원 원장은 “비만관련 프로그램이 넘치고 다이어트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길 잃은 아이처럼 건강하게 사는 법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살이 쪘다’는 것은 단순 몸의 문제만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증, 식이장애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왜냐면 거식증, 폭식증, 야간폭식증 등의 식이장애를 가진 사람 중 99%가 우울증이나 강박증을 갖고 있다 하니 열등감이나 갈등을 신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마음먹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 뇌는 세트로 움직인다!
“우리 마음은 심장이 아니라 여기, 뇌에 위치합니다. 뇌가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두개골 모형을 든 박순원 원장이 뇌의 가운데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뇌의 바깥 부분은 판단, 기억, 계산 등 인지기능을 담당하고 감정을 지배하는 것은 뇌의 중심부다. 특히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관장하는데, 그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식이장애가 발생한다. 시상하부는 환경에서 오는 후천적 요인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환자 중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57세의 미국 독신 여성이 있어요. 처음 만났던 석 달 전에 그녀의 상태는 타국에서의 외로움과 의사소통의 부재, 독선적이고 강한 성격의 어머니와의 심각한 갈등상태에 직면해있었어요. 그 결과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한 식이장애에 처했고, 급기야는 작은 키에 급격히 불어난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되었죠. 그녀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는다는 것도 몰랐어요. 그 환자의 경우, 비만이 정신적인 불균형, 즉 우울증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체중조절약을 처방하는 대신 우울증 약을 처방해 줬습니다. 결과요? 석 달 정도 후에 약15kg의 체중감량이 일어났어요. 우울증도 개선되고 체중마저 줄어들자 그녀가 제일 먼저 나를 보고 한 말이 ‘Amazing!’이었어요. 요즘엔 병원에 오면 신이 나서 한참 수다를 떨다 가곤 합니다.”
특히 요즘 들어 연예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청소년들의 옳지 못한 기준이 문제가 된다. 키 165cm에 몸무게 40kg의 극단적인 상태를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위험한 현실이 그 예인데, 옳지 못한 기준이 반복적인 인식작용을 거치는 사이 뇌가 그것을 옳은 정보로 오해해 버리는 것이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관심과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살을 빼는 것으로 만족감을 채우기 쉬운데 이것이 되레 역효과를 가져와 식이장애로 인한 비만은 물론 정신적인 부조화마저 초래한다는 것이다.
TMS(경두개 자기자극치료술)_수술 없이 신경세포자극
인간의 뇌를 분석해 보면 정신과 질환의 대부분은 마음이 아니라 뇌의 병일 경우가 많아, 외국에서는 약물이나 심리치료가 어려운 심한 우울증이나 강박증의 경우에는 신경외과와 협진해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들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마음이 아니라 뇌의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래에는 수술 말고 전기충격이나 자기장을 이용해 뇌에 직접 자극을 가하는 TMS(경두개 자기자극치료술)치료가 있는데, 이것은 자기장의 자극이 뇌에서 전류나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치료방법이다. 시술 시간이 약 20분으로, 입원이 필요 없으며 아프지 않고 시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임산부, 노약자와 소아 모두 적용이 가능해 현재 서울삼성병원과 서울가톨릭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TMS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울증은 전 연령대에서 걸쳐 나타나는 증상으로써 잠을 잘 못자거나 너무 많이 자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최소 3주 이상 지속될 때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은 이 경우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 받아 볼 것을 권한다. 청소년이라 해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 상당수의 아이들이 자신이 우울증인 것조차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던 감정을 이야기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상태가 놀라우리만치 좋아지기도 한다고. “맞벌이 가정이나 불화가정의 아이들이 대화창구가 부족해, 혼자 삭이고 속앓이 하다가 생긴 증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치료효과가 발휘되는 셈이죠. 이 경우엔 아이들을 향한 지지와 격려가 치유의 묘약인 겁니다.” 이와 달리 오랫동안 고착된 문제의 경우는 무조건 도려내려 하면 환자가 치료?포기할 수 있다고도 한다. “대학시절부터 식이장애로 거식증에 시달려 온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 낳고 살고 있지만 완치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그녀는 식이장애를 안고 살아갑니다. 비록 나쁜 습관이지만 오랜 세월 뇌에 고착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여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정신과 치료는 ‘평생’ 개념을 가져야 한다. “그저 이웃에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잠시 쉬러 간다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고, 약물치료의 경우 뇌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을 채운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나 이것은 영구 장애의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고 공황장애나 가벼운 우울증 등 일시적인 증상일 때는 치료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갈등으로 인한 비만의 경우는 단 한 번 치료로 쉽게 개선된다고 한다.
도움말 박순원에스앤비 박순원 원장
김민규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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