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골인 지점이 다가왔지만 4강 팀들의 순위 경쟁은 안개 속이다. 여기에 최고 타자를 가리는 타격왕 싸움까지 제대로 불이 붙었다. 지난달 30일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격 랭킹 1위에 올라선 이병규(0.344ㆍLG), 시즌 내내 1위를 지키다 2위로 밀려난 손아섭(0.343ㆍ롯데)과 격차는 불과 5모. 나란히 4경기씩을 남겨 놓고 있는 이들의 막판 접전은 과거 사례와 비춰 봐도 초박빙이다.
'사'의 전쟁
역대 최고 타격왕 싸움은 1990년 추석 연휴에 펼쳐졌다. LG 노찬엽은 연휴 첫 날이던 9월28일까지 타율 3할3푼4리로 1위를 달렸지만 29일 OB와 시즌 최종전에서 1타수 무안타에 그쳐 3할3푼3리로 시즌을 마쳤다. 그 사이 빙그레 이강돈이 30일 4타수 2안타를 치며 3할3푼4리8모6사를 마크하며 노찬엽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해태 한대화가 드라마를 완성했다. 10월1일과 2일 이틀간 4안타를 몰아치며 3할3푼4리9모3사로 타율을 끌어 올린 것. 할푼리는 물론 반올림한 모까지 같아 소수점 아래 5번째 자리인 '사'에서 희비가 엇갈린 유일한 시즌이었다.
타격왕 밀어주기도
1984년엔 김영덕 삼성 감독이 이만수의 타격 3관왕을 돕기 위해 경쟁자였던 롯데 홍문종에게 무려 9연타석 고의4구를 지시했다. 1989년엔 고원부(빙그레)가 3할2푼7리로 강기웅(0.322ㆍ삼성)을 제쳤다. 당시에도 빙그레 사령탑이었던 김영덕 감독은 수시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웃지 못할 장면이 TV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페어플레이는 아니었지만 소속팀 선수들의 개인 기록을 위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장면이기도 했다.
1리 차 접전도 5번이나
1리 차 타격왕도 5차례나 있었다. 1991년 빙그레 이정훈은 3할4푼8리의 타율로 당대 최고의 좌타자 장효조(0.347ㆍ롯데)를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다. 2000년엔 현대 박종호(0.340)가 두산 김동주(0.339)를 따돌렸는데 시즌 막판 박종호가 타율 관리를 위해 출전하지 않았고, 경쟁자였던 SK 브리또(0.338)는 현대전에서 의심스러운 사구를 기록한 뒤 "이런 상황에서는 타격왕이 되고 싶지 않다"며 1경기를 남기고 출국해 버렸다. LG 이진영은 SK 시절2004년 3할4푼2리로 2위였는데 현대 브룸바(0.343)에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LG 박용택(0.372)과 롯데 홍성흔(두산ㆍ0.371)은 2009년 역대 최고타율 1리 싸움을 벌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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