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소기업 저리대출 지원제도인 총액한도대출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할 때 금리를 어떻게 적용했는지 확인하지 않아 은행 배만 불리는가 하면, 자금이 대기업으로 흘러갔다가 적발된 액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1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재영(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현재 총액한도대출 중 수출금융 지원목적인 '무역금융' 자금(1조5,000억원 한도)은 은행 창구에서 평균 연 5.13%의 금리(중앙값)로 대출됐다. 같은 시기 시중은행의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인 4.9%보다 0.23%포인트가 높다. 총액한도대출 중 '신용대출' 자금(2조원 한도) 역시 평균금리가 6.12%에 달했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와 비교해도 1.22%포인트가 더 비싸다.
총액한도대출이란 한은이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 대출용도로 은행에 0~1%대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로 현재 12조원 규모가 책정됐다. 이재영 의원은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받은 대출이 오히려 일반 대출보다 이자가 높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 제도가 은행 이익에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원 대상인 중소기업의 신용등급, 담보 유무 등에 따라 다르므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 은행들은 총액한도대출을 통한 조달금리 감면 폭을 반영해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감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은행이 정책자금을 사용했다고 보고한 각각의 대출 건에 대해 한은은 어떤 수준의 금리로 대출해 주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어떤 기업에 얼마나 빌려줬는지 보고서를 제출하면 정책자금 용도에 맞게 대출됐는지 확인한다"면서도 "금리는 건별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행이 대출한 총액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확인하지만 건별로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이 금리 감면 혜택을 받았는지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은행이 대기업에 총액한도대출 자금을 빌려줘 놓고도 한은에는 '중소기업 대출'이라 허위 보고했다 적발된 금액도 올해 상반기 491억원(기간 중 일 평균)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 규모는 2010년 20억원에서 2011년 456억원, 2012년 526억원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이 의원은 "한은이 단순히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