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건설시장은 전쟁터나 다름 없다. 선두인 유럽업체가 저가 수주에 나서고, 후발주자인 중국업체가 기술개발로 한국 업체를 뒤쫓는 탓이다. 이에 국내 건설업체들은 저마다 1970년대부터 일궈온 중동'텃밭 지키기'에 나섰다. 중동시장에서의 안정적 수주는 국내 건설회사가 중남미 등 새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대림산업에게 사우디아라비아는 '건설시장의 메이저리그'다. 규모도 크지만 사우디 건설사업 경력은 다른 나라에서도 통한다. 대림산업은 7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사우디 플랜트 사업 수주, 지난해 국내 최초 누적수주금액 150억 달러 돌파 등 사우디에서 독보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9월 현재 대림이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공사현장만 13곳, 공사금액은 80억 달러에 달한다.
대림산업은 사우디에서 신기술과 공종 다양화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수주한 복합화력발전소엔 독자적 설계가 도입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사업영역을 발전 플랜트로 넓히면서 사우디를 계속 수성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쿠웨이트공공사업성(MPW)이 발주한 20억6,000만 달러 규모의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를 따냈다. 국내 업체의 해외 토목공사로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이후 최대 규모다. 11억3,000만 달러짜리 부비안 항만공사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의 연이은 수주엔 36년간 쿠웨이트를 지킨 뚝심이 있었다. 현대건설은 77년 슈아이바 항만공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플랜트‧도로‧발전담수 등 다양한 공사 60여 건을 수주하며 '쿠웨이트 시대'를 열고 있다.
특히 부비안 항만은 현대건설의 기술력과 뚝심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부비안 섬은 지반이 매우 약해 공사 중 지반침하 우려가 있었다. 현대건설은 악조건에도 갖가지 공법을 이용해 지반침하를 막고 공기도 예정보다 앞당겼다. 현대 관계자는 "오래 쌓은 신뢰로 공사를 계속 수주하겠다"고 말했다.
중동 밖에서도 텃밭 지키기는 필수다. SK건설은 5일 싱가포르육상교통국(LTA)이 발주한 1억7,400만 달러 규모의 도심 지하철 공사를 해외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주해냈다. 이번 공사는 지난해 발주된 것으로, 공사를 맡은 외국업체가 공사를 포기하면서 발주처가 SK를 입찰에 초청한 것. 그만큼 SK건설이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SK건설이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7년. 불과 6년 만에 SK가 현지에 뿌리내린 건 까다로운 현지 규제를 준수하는 SK의 사업관리능력 덕이다. SK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공사장 웅덩이에서 해충이 발견되면 마리당 벌금을 물어야 할 정도로 규제가 엄격하다. SK관계자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현지 사업환경을 완벽히 통제하면서 앞으로도 싱가포르에서 수주를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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