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추진 중인 2개의 임란역사기념공원에 대해 낭비성 예산 논란이 일고 있다. 안동 출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낸 서애 유성룡(1542∼1607)과 임란 전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왔던 학봉 김성일(1538∼1593)을 기념하는 공원 건립의 타당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안동시는 지난달 24일 임란역사기념공원 용역보고회를 열고 사업 추진과 관련한 중간점검에 나섰다.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시 풍천면 가곡리 도청신도시 내 공원부지 3만3,000㎡, 건물 1,000㎡ 규모로 건립예정인 서애기념공원은 국비 50억원, 시·도비 50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조성된다. 학봉기념공원은 안동시 서후면 학봉종택 인근 문중부지 2만㎡에 건물 1,000㎡에 같은 예산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기획재정부 정기예산안에 이 사업의 예산이 반영되지 않자 최근 광역특별회계를 통한 예산 조달에 나섰다.
하지만 안동지역 유림에 따르면 서애와 학봉 모두 각 종가에 이미 유물관이 있다. 이에 따라 새 기념공원 내 들어설 전시관과 추모관을 채울 유물 등 컨텐츠가 충분하지 않아 낭비성 요소가 짙다는 것이다.
현재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에는 유교문화전시관 등 조선시대 인물을 소재로 한 유사 기념관이 넘치고, 상당수 기념관들이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어 유지 보수를 위한 예산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서애공원과 학봉공원을 따로 짓는 것은 '병호시비'로 수백년 간 갈등을 빚어오던 서애와 학봉 진영이 위패서열 문제에 합의, 겨우 조성한 화해무드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는 것이다.
두 인물과 두 기념공원을 둘러싸고 소모적 힘겨루기가 재개되면 '임란 당시 인물들의 애국충절을 기린다'는 건립 목적도 충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동 지역 유림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임란 관련 기념관들이 적지 않은데, 안동에서 또 다시 기념관을 건립하는 계획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유림단체 대표는 "기존의 기념관과 기념공원도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어서 이번 임란기념공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라며 "두 선열의 기념공원을 따로 지을 경우 추모 및 기념사업도 각자 겉도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지역에 각종 기념관이 난립하면서 지자체 예산부담 등 많은 문제가 빚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임란역사기념공원은 조선시대 전쟁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당시 무기고를 재현하는 등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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