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의 중심에는 결국 예산 문제가 걸려있다. 과거 선거공약이 줄줄이 공약(空約)이 된 많은 경우도 재원 조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공약에도 지출증가나 재정수입 감소를 수반한 법안을 낼 때 재원확보 방안을 필수적으로 마련하는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6일 기초연금 축소에 대해 사과하면서"올해 세입예산이 과다하게 편성돼 당초 예상보다 20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12조원 추경했지만 여전히 세수부족으로 사상 유례 없던 일"이라며 재정상황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경제부흥을 조건으로 공약이행을 다짐했다.
역대 정권마다 공약 축소나 포기가 반복되는 주요한 이유는 정부의 예산 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대선 정국에서 표를 의식해 무리한 공약을 내놓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대부분 복지공약이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농가부채 전액 탕감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백지화한 이유도 외환위기로 재정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공약 마련 단계에서 예산을 꼼꼼히 따지는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페이고 원칙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국회법을 통해 이미 의원 및 위원회나 정부가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 또는 제안하는 경우에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예외 조항 등으로 사실상 국회법 조항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를 대체할 실효성 있는 제도로 페이고 도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 페이고 원칙을 도입해 재정수지 적자에서 벗어난 뒤, 2002년 폐지했다가 재정적자가 늘어나자 2010년 재입법화해 영구화시켰다.
기초연금 축소 논란 수습에 직면한 새누리당은 최근 기획재정부와의 당정회의에서 페이고 도입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부 입법안에 한해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는 국가개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의원은 "의원 입법까지 적용할 경우 자칫 입법권 침해 소지로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정부 입법에 한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6월 낸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며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은 한번 도입되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성격을 가지며 예산안 심사를 통해 그 규모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 페이고 제도 등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기초연금 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원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만 재정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재정지출을 악화시키는 법안을 제안할 때 페이고 원칙 같이 이를 보충하는 대안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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