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들이 표절한 논문 실적으로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문일 한양대 의과대학장에 대해 학교 감사위원회가 보직해임을 총장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한양대 교수들은 "한양대 의대의 최대 위기"라며 "진상을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양대는 30일 오후 감사위원회를 열어 박 학장의 보직해임을 총장에게 건의하고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위원회는 박 학장의 아들 박모(29)씨가 지난 2012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정시전형에 제출한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2편의 논문 중 2011년 5월 '생식의학 저널(The Journal of Reproductive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이 박 학장이 지도한 산부인과 개업의 A씨의 박사학위 논문의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A씨의 이름은 뺀 채 박씨를 제1저자로 올린 것은 연구윤리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감사위원회는 선우명호 경영부총장(위원장)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7일부터 실시된 경영감사실의 감사 결과 박 학장의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아들의 논문에 교신저자로 참여한 박 학장의 윤리위반 여부는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명확히 가려질 예정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연구진실성위에서 아들 박씨 논문의 표절과 박씨의 제1저자 적합성 여부, 해당 실적이 입학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실성위에서 연구윤리 위반이 있었고 이로 인해 박씨의 합격에 영향이 미쳤다고 인정되면 박 학장에 대한 징계를 의뢰하고, 입학사정위원회를 소집해 박씨의 합격 취소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감사위원회는 결정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박 학장의 연구윤리 위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박 학장이 감사에서 "A씨가 박씨의 SCI 논문 저자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해서 뺐다"고 소명한 데 대해 한 국립대 중견교수는 "표절보다 더 나쁜 부정으로 여겨지는 '저자됨 위반'에 해당하는 연구부정으로 박 학장의 소명은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계 공통으로 제1ㆍ2ㆍ3저자, 교신저자 등 논문에 이름 올릴 수 있는 기준이 다 정해져 있고 특히 제1저자에 대해서는 규정이 더 엄격하다"고 반박했다.
한양대 교수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양대 의대의 한 교수는 "처음 듣고 깜짝 놀랐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라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교수는 "한양대, 한양대 의대의 위기"라며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나쁜데 교수들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해야 할 때에 쉬쉬하며 조용히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교수는 "공적인 자리에 있는 학장이 이런 일에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이라며 "학교 입시사정이 이를 거르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국립대 교수도 "보통 교수 등과 직접 관련 있는 신입생이 입학할 때는 교수가 입학본부에 신고해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데 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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