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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으로 막 내린 '박 대통령·진영 애증의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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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으로 막 내린 '박 대통령·진영 애증의 10년'

입력
2013.09.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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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親朴)과 비박(非朴) 사이에서 10년간의 줄타기가 끝났다."

한 정치권 인사는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진 장관은 2004년 이후 꼭 10년간 '친박→탈박→복박'의 과정을 거치며 박 대통령과 가깝고도 먼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항명 파동 끝에 이날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진 장관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면서 연을 맺었다. 판사 출신으로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측근을 지낸 진 장관은 단숨에 친박 진영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서울 용산에서 3선(17~19대) 의원을 지내며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

다른 인사는 "박 대통령은 선거 때마다 경쟁이 만만치 않은 용산에서 진 장관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며 "진 장관은 호남 출신의 수도권 의원이라는 점에서 다른 영남 출신 친박 의원들과 차별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진 장관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앞서 "난 원래 친박이 아니다"며 경선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고 자연히 박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다. 2010년에는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에 정치 생명을 걸었지만 진 장관은 국회 표결에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진 장관이 대표적인 '탈박(脫朴)' 인사로 분류된 것도 이 때부터다.

이를 두고 친박 진영은 '철새'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박 대통령은 진 장관을 계속 신뢰했다. 박 대통령은 진 장관 특유의 신중함을 높이 평가하며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따로 불러 긴밀히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진 장관은 "내가 싫은 것은 친박계의 조직논리와 폐쇄적인 문화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 지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며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지난해 대선 캠프에서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해 사실상 공약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겼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실질적 책임자인 부위원장에 진 장관을 임명하더니 초대 내각의 복지부 장관에 발탁하며 전폭적인 신뢰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번 항명 파동을 거치면서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고 10년간의 질긴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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