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로 지난 5월 말 중단됐던 경남 밀양시 초고압 송전탑 공사가 이르면 오늘 재개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밀양 주민을 포함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사의 불가피성을 밝히는 호소문을 곧 발표하고 바로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농성 주민 격리 등을 위해 3,000명의 병력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국전력 측도 수백 명의 직원을 동원할 계획이다.
현지의 주민들은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지 6곳에 움막을 치고 10여 일 이상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농성 주민들은 쇠사슬,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고 죽음으로라도 공사를 막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자칫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어제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되면 고령자인 주민들이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공사를 재개함에 있어 끝까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정부와 주민들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해결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정부로서도 그 동안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보상금을 당초 보다 20억 원 늘린 185억 원으로 책정했고 이 중 40%는 주민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로 했다. 또 밀양 주민이 참여하는 태양광발전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다. 주민들이 요구해온 송전선 지중화는 12년의 시간이 걸리고, 2조7,000억 원이 더 들어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지난 7월의 전문가협의회에서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공사를 강행할 명분을 쌓았다고 해서 밀어붙여도 되겠거니 하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수천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서 움막을 철거하고 주민들을 격리한다고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혹시라도 불상사가 발생했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가. 공사 재개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생명은 훨씬 더 소중하다. 정부 당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주민들과 진지한 대화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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