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인사 잡음으로 출범 7개월밖에 안된 박근혜 정부의 구심력에 의문이 일고 있다. 8월 말 양건 감사원장이 임기 1년7개월을 남기고 전격 사퇴하며 불거진 의문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논란 속에 어색한 절차를 거쳐 중도 사퇴하며 더욱 커졌다. 급기야 어제 사표가 수리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간곡한 만류에도 사퇴를 강행해 '항명' 논란까지 불렀다. 일련의 잡음은 박 대통령의 지도력이 정부 안의 혼선조차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그 작용력이 급격히 약화했다는 걱정스러운 진단을 낳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특성상 집권 초기에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도 임기 후반기에는 자연스럽게 청와대의 구심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집권 1년도 안되어 대통령의 구심력이 약화할 때의 부작용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에 따른 정부ㆍ여당의 정책 주도권 약화는, 야당이나 비판세력의 건실한 대안제시 능력과 맞물리는 경우를 빼고는 거의 대부분 국정 혼란으로 이어진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나 홀로 원칙'이 수시로 지적되고, 여야의 무조건 대결 구도가 굳어진 현재 그런 예외는 기대난이다.
최근의 인사 논란은 공교롭게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장 이후에 집중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 기용 당시에 제기된 '구식 정치' 우려를 일깨우고도 남는다. 그 동안 세상이 바뀌어 국민 의식뿐만 아니라 정부 요직에 앉은 인사들의 인식까지도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도 옛날식 충성심이나 인연, '코드'를 인선의 기준으로 삼고, 그에 기대어 이심전심이나 일사불란을 꿈꾸어봐야 마찰과 잡음만 부를 뿐이다.
이런 국정 부조화 우려를 해소하고, 동요가 시작된 대통령의 지도력을 바로 세울 길은 결국 상식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무리하게 비치거나 억지가 섞인 듯한 '과잉 권력작용'을 삼가는 것이 오히려 지도력 동요를 막는다. 따라서 인사체계 자체의 전면적 개혁이 아닌 한, 상식의 유력한 근거인 관행을 존중해야 한다. 합리적 이유 없는 관행 깨기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배경이나 음모 가능성으로 국민의 눈길을 이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지금보다 더욱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반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귀에 거슬리는 얘기일수록 경청하는 자세로 널리 의견을 구하다 보면 스스로의 체질과 성향까지 바뀐다. 물론 그에 앞서 대통령 주변에 이미 내려져 있을지 모르는 '예스맨'의 장막부터 걷어내야 한다. 현재의 지도력 약화 추세에 비추어 그런 결단을 망설일 시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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