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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폐쇄 위기에도 의회는 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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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폐쇄 위기에도 의회는 텅 비었다

입력
2013.09.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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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이 세계 정치의 중심지라면 그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캐피털 힐로 불리는 미국 의회다. 미국 의회가 워싱턴의 불임정치를 상징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는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를 30여시간 앞둔 9월 29일(현지시간) 낮 의회는 긴박감을 찾을 수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정부 폐쇄를 막기 위해 분주해야 할 상원과 하원을 연결하는 로툰다 홀은 한산했고 상원은 하루 종일 불이 꺼져 있었다. 정치인들이 방송으로 달려가 뜨거운 장외 공방을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타협을 위한 만남이나 대화는 없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마지막 협상이 없으면 연방정부는 1일 0시(한국시간 2일 오후 1시) 폐쇄된다. 정부 폐쇄 시 직원 1,700여명의 4분의 3이 휴가를 가야 하는 백악관도 손을 놓기는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주말에 골프장에 나가 "골프 때문에 바빠 타협할 시간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연방정부 각 기관들이 임박한 정부 폐쇄에 대비하느라 또 뉴욕의 월가가 경제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것과는 정반대 모습들이다.

정치가 사라진 워싱턴은 자국민과 세계를 인질로 당파적 계산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언론들도 이런 워싱턴 정치에 지쳐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셧다운 벼랑 끝에서 고요한 의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원과 하원이 대화에 나서지 않아 의원들이 귀중한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공화당과 타협하기 위한 막후 교섭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셧다운으로 돌진하는 하원'이란 사설에서 전날 심야에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된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에 넘긴 공화당을 꼬집었다.

정부 폐쇄까지 남은 절차는 상원과 하원이 서로 수용할 수 없는 예산안을 한 두 차례 핑퐁 식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상원은 연방정부 폐쇄 10시간 전인 30일 오후 2시 문을 열어 오바마케어를 유예한 하원 예산안을 심의한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하원 예산안을 부결시키고 정상적인 자체 예산안을 하원에 넘길 예정이다. 물론 공화당은 제3의 공화당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에 재차 송부키로 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의 관심은 정부 폐쇄 시 여론 추이 등 정치적 계산에 가있다. 다양한 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 폐쇄 시 공화당이 더 큰 비난을 받을 처지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부 폐쇄를 굳이 피하려 하지 않는다고 공화당은 의심한다. 그러나 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양측이 타협에 실패해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더 큰 사안인 국가채무상한 조정 협상에서 공화당이 양보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16조7,000억달러로 돼있는 국가채무 한도가 17일까지 늘어나지 않으면 미국은 세계가 우려하는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게 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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