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했지만 '혼외 아들' 의혹의 진위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채 총장은 오랜 기간 지루한 공방이 되풀이 될 소송 대신 더 빠르고 확실하게 진위를 밝힐 수 있는 유전자 검사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의 성사 여부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의혹에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유전자 검사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물론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 역시 주변인의 진술 등 정황증거들뿐인 데다, 채 총장과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 등 당사자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채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하면서도 밝혔듯이 유전자 검사가 나오지 않으면 소송에서 설사 이기더라도 '의혹은 그대로 남는 상처뿐인 승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전자 검사의 성사 여부다. 임씨는 의혹이 보도된 지난 6일 새벽 짐을 꾸려 집을 나간 뒤 지금까지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더구나 유전자 검사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이 없어 채 총장으로서는 당장 임씨 소재를 파악해 이들 모자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임씨의 소재를 찾지 못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검찰의 수사다. 지난 26일 '법조계바로정돈국민연대'가 검찰과 채 총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임씨를 고발한 사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조선일보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와 형사3부에 각각 배당된 상태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려면 피고발인인 임씨의 소재 파악에 나서야 한다. 채 총장 변호인도 "임씨가 고발됐기 때문에 소재가 파악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채 총장은 검찰 조직을 떠난 뒤에도 상당기간 가혹한 공격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조선일보 소유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특집 방송'을 통해 임씨 집의 전 가정부 입을 빌려 채 총장이 임씨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채 총장의 친필과 그가 가정부에게 보냈다는 연하장을 대조한 사설 필적감정업체 2곳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면서 채 총장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채 총장은 이 보도에 대해 굉장히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 측 변호인은 "가정부 인터뷰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 방침을 거듭 밝혔다.
채 총장이 이날 소송을 취하하는 이유로 가족들이 겪고 있는 "인격살인적인 명예훼손과 참담한 심적 고통"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대검청사 별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퇴임식에는 전국 5대 고검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 등과 함께 채 총장의 부인과 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애써 밝은 모습을 보였던 채 총장은 그간의 활동상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낙엽귀근(落葉歸根).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남기고 대검청사를 떠났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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