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29일 8개월 여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10ㆍ30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데다 각종 선거에서 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손 고문의 향후 행보에 따른 야권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고문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월 화성갑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지금까지 당과 민주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제 몸을 사리지 않고 던졌다"며 "그러나 과연 지금이 그 때인지는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손 고문이 시기를 문제삼은 것은 불출마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하지만 "예술인은 예술로 말하고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며 "선거를 회피하거나 선거를 왜곡하는 일은 당당한 정당과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다"라고 출마 여지를 남겨뒀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당이 삼고초려 하면 출마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지도부에 공을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의 차출설이 제기되는 배경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서울 종로)과 2011년 4월 보궐선거(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의 구원투수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성갑 보궐선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로 꾸준히 꼽혀 왔다. 또 10ㆍ30 재보선을 박근혜정부 심판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민주당 입장에선 '흥행카드'인 손 고문 차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손 고문 차출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 10ㆍ30 재보선이 당초 예상보다 판이 축소된 만큼 당의 명운을 걸만큼 정치적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손 대표가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들어온다면 당내 차기 당권ㆍ대권 구도가 복잡해질 수있다.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면 당의 외곽에서 야권 재편을 통한 향후 행보 모색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설은 야권 재편과 관련한 최대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손 고문은 이와 관련 독일의 연립정부 사례를 들면서 "연대와 연립은 국민의 여망과 신뢰에 기초해 있다"며 "안 의원이 새 정치를 정립해 내용을 채우고 새 정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중심이 돼 중장기적으로 안 의원을 포함한 범 야권을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내 일정 세력을 갖고 있으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손 고문이 당과 안 의원 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경우 민주당은 물론 야권 구도 전반에 대한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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