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의 반려를 잇따라 거부하고 업무 복귀 촉구에도 불응하고 있다. 정무직 장관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사실상 ‘항명 사태’다. 기초연금 파동이 고위 공직자의 ‘기강문제’로 번지면서 박 대통령은 집권 7개월만에 국정운영 리더십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진 장관은 29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장관실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2년 동안 박근혜정부 탄생ㆍ성공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했었는데, 이젠 물러날 수 있게 허락해줬으면 한다”고 사퇴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반대해온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며 기초연금을 둘러싼 갈등이 사퇴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진 장관이 사표 반려와 업무 복귀 명령을 잇따라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진 장관의 업무 복귀 거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과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진 장관의 사의를 연거푸 반려했고, 정 총리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기국회가 개회되어 있고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마땅히 복귀해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며 진 장관의 업무복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진 장관이 사퇴 이유로 기초연금 제도를 둘러싼 갈등을 거론하면서 이를 부인하는 청와대와 정면충돌도 예상된다. 최원영 청와대 복지수석은 28일 청와대가 진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을 확정했다는 갈등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여권은 기초연금 사태와 관련해 주무부처 장관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진 장관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격앙된 상태다.
이로써 30일부터 정상화하는 정기국회에서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약 후퇴 논란도 증폭될 전망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비양심적이고 염치없는 일”이라며 “주무부처 장관이 양심상 사표를 내게 한 엉터리 기초연금안을 계속 밀어붙이는 박 대통령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대통령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공세를 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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