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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SK사건 '수상한 언론… 의심받는 변호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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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SK사건 '수상한 언론… 의심받는 변호인단'

입력
2013.09.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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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입하기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법조기자 경력을 관통한 유일한 사건은 '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 그룹 보전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이었다. 2011년 11월 8일 최 회장 형제를 겨냥한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 직후 여러 차례 단독 보도를 했고, 압수수색 전에도 검찰 수사 상황을 지면을 통해 수 차례 전했다.

일각에서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유죄 심증으로 보도한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지난 27일 항소심 선고에서 최태원(53) 회장과 최재원(50) 부회장 형제는 모두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2년 넘게 진행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그룹이 보여준 행태는 수준 이하였다. 어떤 언론은 압수수색 직후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관련한 지면기사를 인터넷에서 통째로 삭제했다. 기사가 빠지는 과정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 검찰 간부가 "특종은 한국일보에서 했는데, 실속은 다른 언론에서 챙긴다"며 '위로'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정반대 일이 최근에 벌어졌다. 항소심 선고가 나기 직전인 이달 중순부터 일부 언론에 김 전 고문 관련 기사가 큼지막하게 여러 차례 게재됐다. 최 회장 형제보다는 김 전 고문이 이번 사건의 주범일 수 있다는 취지로, 그의 안 좋은 과거 행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기사 가치 판단이야 전적으로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의 몫이지만 SK그룹이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변호인단의 태도도 곱씹어 본다. 재판부는 27일 최 회장 형제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들면서 마음대로 수사기관과 법원을 조종할 수 있는 듯 행동했다"고 꾸짖었다.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잘 기획된 각본에 따라 수시로 진술을 바꾼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최 회장 형제의 잘못된 행태 뒤에는 거액을 수임료로 챙겼을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들의 코치가 있었을 것이다. 의뢰인을 위한 변호사 역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은 있지만, 거짓이나 위증을 교사했다고 의심 받고 있다는 점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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