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학력 위조와 횡령, 고위 공직자와의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41)씨가 종합편성채널의 진행자로 데뷔하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뜨겁다. 강용석 전 의원을 비롯한 문제 인물들을 기용해 눈길을 끌려는 종편의 상술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신씨의 MC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졌다.
반발은 지난 25일 TV조선의 새 시사 토크쇼 ‘강적들’에 신씨가 공동 진행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본격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씨와 공동 진행자 5명이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이슈를 정해 토론하는 것으로, 10월 중 첫 방송이 나갈 예정이다.
비난의 화살은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신씨를 기용한 TV조선과 제작진에 집중되고 있다. 불과 수년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을 방송 진행자로 기용했다는 것 자체가 방송의 공정성을 무시한 행태라는 것이다. 직장인 손지연(26)씨는 “신씨는 온갖 거짓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람”이라며 “방송에 나오는 것조차 부적합한 인물이 진행을 한다니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주부 김이랑(46)씨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최소한의 품위마저 팽개치는 종편의 막장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한 네티즌의 발의로 신씨의 진행자 기용을 반대하는 청원운동이 진행됐다. ‘신정아 MC 발탁 취소를 희망합니다’라는 청원 글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정도가 심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세상이다’ ‘신정아가 진행자로 나오면 TV조선 시청을 거부하겠다’ 등의 비난 글이 달렸다. 청원에는 29일 현재 당초 목표였던 1,000명을 훌쩍 넘겨 1,166명이 참여했다.
트위터에서도 비난 글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민주당)은 자신의 트위터에 ‘진짜 강적은 종편! 프로그램 선정성도 모자라 출연자 자체 선정성까지. 신정아 기용한 종편 어찌 생각하십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엄성섭 윤슬기 김미선 등 애국 아이돌이 끌어올린 TV조선 위상을 천박한 시청률에 눈 먼 윗대가리들이 신정아 한큐에 날려먹는군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논란이 되는 사람이라도 마구잡이로 출연시키는 종편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송 공공성을 외면하고 선정성에 치중하는 종편의 장삿속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문제적 인물의 사회적, 대중적 관심에만 의지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깃털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종편에서는 제작비를 덜 들이고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이 킬러 콘텐츠로 부상했다”며 “프로그램 기획의도에서 벗어나더라도 초반부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을 섭외하려는 종편사들의 무리한 경쟁이 불러온 참사”라고 말했다.
한편 신씨와 공동 진행자로 출연할 예정이었던 강용석 변호사는 최근 제작진에 출연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이 가중되자 심적 부담을 느낀 듯하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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