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복합개발사업인 '알파로스'가 무산되며 책임 소재를 놓고 출자사들 간 2,000억원대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각 사업 주체들이 손실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위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소송이 얽히고설킨 형국이다. 알파로스는 경기 침체와 출자사들 간 이견 등 때문에 지난 7월 최종 무산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12일 알파로스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상대로 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SH공사는 향후 청구액을 734억원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파로스 사업의 토지주이자 공동 출자사인 SH 측은 나머지 투자사들이 지금까지 댄 토지 매매대금 2,002억원 중 잔금 442억여원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SH는 나머지 출자사들 때문에 사업이 무산돼 토지 가격이 1,176억원 하락했으니 해당 업체들이 잔금을 뺀 73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H는 이와 별개로 건설사들의 협약이행 보증을 섰던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661억여원의 보증금 청구소송을 다음주 중 낼 예정이다.
건설공제조합과 은행 3곳, 건설사 3곳으로 구성된 나머지 출자사들은 "공사 무산의 원인은 사업인허가 지연과 인근 아파트 할인 분양 등으로 땅값을 떨어뜨린 SH에 있다"며 조만간 반격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이 제기할 손해배상 청구액은 1,05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출자금 961억여원과 협약이행 파기에 따른 위약금 65억원 등이 포함된다. 출자사 관계자는 "향후 배임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라도 소송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 배를 탔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나머지 출자사들 간 소송도 예상된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 건설공제조합 및 은행 3곳(FIㆍ재무투자자)은 출자 원금 및 이자 4%를 건설사 3곳(CIㆍ건설투자자)으로부터 보장 받는다'는 내용의 특별 협약서 때문이다. FI측은 SH와 소송에서 패소하면 CI에 투자금 580억여원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는 법무법인 원, FI는 광장, CI는 태평양을 각각 법률 대리인으로 선정했다.
2008년 총 사업비 1조4,000억원 규모의 공동 출자가 이뤄지며 은평뉴타운 분양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던 알파로스 사업에는 건설공제조합(출자비율 25%), SH공사(19.9%), 현대건설(12.98%), 롯데건설(9.89%), 국민은행(7.55%) 등이 출자사로 참여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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