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성곽 남문에서 수어장대 방향으로 오르자 고색창연한 성벽이 나타났다. 하지만 성벽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의 옥개석은 여기 저기 떨어져 나가고 대신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성벽도 마치 전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잡풀과 잡목이 틈새마다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서, 너 군데는 여장은 기울어지면서 접근 금지를 나타내는 노란색 금줄이 처져 있었다. 수어장대를 300m 앞둔 영춘정은 지붕 일부가 무너져 역시 등산객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노리는 문화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부실한 상황이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국가사적 제57호인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의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에 따르면 사업단은 올 1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해 이 달 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ㆍICOMOS)의 실사를 마쳤다. 당시 이코모스 관계자들은 사업단이 안내해 주는 코스를 돌아보고 남한산성의 역사성을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네스코는 내년 6월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766억원을 투입해 성벽과 유실된 옹벽을 복원 정비 하고 남한산성 행궁을 복원하는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금도 훼손된 부분의 정비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코모스가 돌아보지 않은 남문~수어장대 구간은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다. 잡풀은 거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여장을 뒤덮었고 옥개석은 떨어져 풀섶에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성벽 외부도 새로 보수가 이뤄진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잡풀과 잡목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전문가들은 잡목이나 잡풀이 있을 경우 뿌리가 성벽의 이음 부분을 훼손해 노후화가 가속화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남한산성을 찾은 김을미(44ㆍ경기 용인시)씨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남한산초교에서 남문으로 돌아 나오는 데 수어장대를 지나 남문까지의 성벽 보존상태가 너무 나쁘다"면서 "풀이나 잡목이라도 깎았다면 이렇게 버려진 듯한 인상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남문에서 수어장대 구간은 성벽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배부름 현상이 발생해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일부 관리 부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유네스코의 실사가 완료돼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