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의 만류에도 29일 사퇴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복지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감을 앞두고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수장의 자리가 공백이 되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 등 정치권은 물론 복지부 내부에서도 무책임한 처사 아니냐는 질타도 나오고 있다. 부임 후 실세 장관이라는 기대와 달리 적극적으로 복지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기초연금 논란이 불거지자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기력하다"며 현안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날 복지부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진 장관과의 일문일답.
-왜 물러나려고 하나.
"사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정부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에 계속 반대의견을 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반대해온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 자리에 돌아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고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나. 이건 장관 이전에 저 자신의 양심의 문제이다.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정부 탄생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했었는데 이제는 물러날 수 있게 허락해주셨으면 한다. 좀 쉬고 싶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것이 한 두 번 있었지만 내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그런 정치적 책임감 사명감은 한 순간도 변함이 없었다."
-청와대와 불화설이 있다.
"충돌이나 불화는 있을 수 없다. 다만 기초연금을 만들면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지급을 연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의견을 말했다."
-이런 대화를 대통령과 나눈 적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그런 의견 충분히 개진했다."
-주무장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제가 반대하는 안에 대해 투표해 달라고 자기를 바쳐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연계 방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가 이미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그 부분을 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복지부 직원들에게 수장으로서 한 마디 한다면?
"복지부 가족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수 없이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청와대와 각을 세운 이번 결정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클 텐데.
"정치적인 면에 대한 생각에 앞서 그런 (기초연금)안이 결정되면 나는 장관을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거취는?
"서울시장은 생각도 안 해 봤고, 국회에서 대선공약실천위원회라도 만들어서 역할을 생각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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