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년도 예산안 협상시한을 하루 남겨놓은 상황에서도 핑퐁 공방을 이어가면서 연방정부 폐쇄가 초읽기로 몰리고 있다. 17년 만의 연방정부 폐쇄가 현실화하면 최대 100만명에 이르는 연방공무원이 무급휴직을 해야 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주도의 연방하원은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의 수정예산안을 찬성 231표, 반대 192표로 29일 통과시켰다. 수정예산안은 현재 수준의 연방정부 예산 집행을 12월 15일까지 허락하지만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은 1년 미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이 앞서 27일 찬성 54표, 반대 44표로 통과시켜 하원에 넘긴 잠정예산안을 공화당이 수정해 의결한 것이다. 상원이 통과시킨 잠정예산안에는 연방정부의 예산 집행을 11월 15일까지 허락하고 오바마케어 지출 항목을 되살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앞서 하원은 20일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한 예산안을 통과시켜 상원에 넘겼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양당이 오바마케어 통과 여부를 놓고 절충 과정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안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양당이 연방정부 폐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양당이 연방정부 폐쇄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려 현재 수준의 연방정부 예산집행 기간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 공화 양당이 30일까지 잠정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해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국방부 소속 군인을 제외한 최대 100만명의 일반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거나 근무에 따른 급여를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정부 도급 공사 중단, 여권ㆍ비자 발급 중단 등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립공원들도 문을 닫아야 한다"며 "관광객 감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야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28일 "연방정부가 3, 4주 가량 폐쇄될 경우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1.4% 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최근 연방정부 폐쇄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5년 12월15일부터 1996년 1월6일까지 22일간이었다. 이에 앞서 1995년 11월13~19일에도 연방정부가 폐쇄됐다. NYT는 "이들 기간 동안 연방 공무원 80여만명이 무급휴직을 경험했다"며 "경제적 손실은 14억달러로 추정됐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