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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패러다임을 바꾸자 <1>] 학자들도 국제기구도 "증세 통한 복지확대가 성장 촉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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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패러다임을 바꾸자 <1>] 학자들도 국제기구도 "증세 통한 복지확대가 성장 촉진제"

입력
2013.09.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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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부족으로 주요 공약이던 기초연금의 100% 이행이 무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증세 없는 공약 이행'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내년 예산안에서 드러난 것처럼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다가는 복지 확대와 재정 건전성 두 가지를 모두 잃게 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결국 정부는 '증세 없는 공약 축소'와 '증세 통한 공약 이행'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와 일부 보수층에서는 "최대의 복지는 성장"이라며 "재정 여건이 어려운 만큼 공약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보수층 요구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자제하고 합리적 관점에서 향후 복지정책의 방향을 정한다면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 국제기구와 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와 대부분 경제학자가 현재 한국상황에서는 ▲증세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적정 증세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마디로 "적정 수준의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GDP 대비 2, 3% 증세가 시대적 흐름

국내 재정 전공학자들은 '증세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건국대 경제학과 김진영 교수는 "지난해 9월 '한국재정학회' 소속 31명 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70% 이상이 복지 확대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에는 대선 정국에 묻혀 언론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다음 정권에서 증세 논란이 터졌을 때 전문가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미리 제시해 놔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설문 조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는 증세의 바람직한 규모도 제시했다. 박 대통령 임기말인 2017년까지 '조세부담률'이 22~23%까지 높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증세 없는 공약 이행'을 위해 작성된 '공약가계부'가 2017년 조세부담률을 20.1%로 계획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국내총생산(GDP)의 2~3%(26조~40조원) 가량의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학자들이 제시한 방안은 IMF와 OECD, 세계은행(WB)이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에게 권고하는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들 기관은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확대된 소득 양극화를 대한민국 체제를 흔드는 최대 불안요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한국의 복지예산은 GDP의 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5%)의 절반에 불과하다. 3%대의 낮은 실업률,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구조 등을 감안해도, 복지 부문에 들어가는 돈이 OECD 평균과 비교해 GDP의 3.5% 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WB도 우리나라를 주요 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에 부작용을 주지 않고 증세할 수 있는 상위 4개국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복지와 성장, 선순환 가능하다

OECD는 "한국에서는 높은 성장률만으로는 소득 불균형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증세와 동반된 적극적인 복지확대 정책으로 소외계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IMF는 한 발 더 나아가 적절한 복지 확대가 성장과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기관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내놓은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소득 불균형과 인구 고령화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의료 ▲교육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저소득 계층에게 수혜가 집중되는 방식으로 지출을 늘리면, 소득 불균형도 감소되고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성이 높아져 경제 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밭대 경영학과 이준우 교수는 "세금만 더 거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전반적인 국가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로 모아진 재원이 적재적소로 흘러가도록 복지 전달체계를 정비하는 건 기본이고, 한국 사회의 계층간 불균형을 확대시키는 불합리한 교육, 노동 관행이 모두 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OECD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 포기, 과도한 사교육 문제의 해소, 취약 노인계층에 대한 기초노령연금의 선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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