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이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결의안 초안에 26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시리아 사태의 해법 논의를 주도해 온 미국과 러시아가 동의한 만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에는 군사적 제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마크 라이얼 그랜트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이날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이 구속력과 강제력 있는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시리아가 자국민에게 사용한 화학무기를 포기토록 법적으로 강제할 안보리 결의안을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합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긴급 비공개 회동을 가진 직후 발표돼 미국과 러시아 간 막판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결의안 초안은 "화학무기를 허가 없이 이송하거나 시리아 내 누군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등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유엔헌장 7장에 따른 조치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군사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유엔헌장 7장을 언급했지만, 실제 군사 개입을 가능토록 하는 규정은 포함시키지 않아 추가 결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유엔헌장 7장이 언급된 것은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유엔 안보리가 대응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결의안은 7장과 관련된 것이 아니며 무력 개입 요소는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은 러시아와 합의를 위해 결의안이 유엔헌장 7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 예정지로 군 감시단을 파견키로 했는데 양국간 합의 사항으로 보인다.
시리아 분쟁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하자는 유럽 국가들의 의견은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10개 비상임 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안보리 이사국은 26일 밤 비공개 회의를 열고 결의안 초안을 검토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채택을 위한 투표를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8시 실시한다. 외신들은 "결의안 초안대로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되면 시리아 사태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첫 번째 합의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시리아에 비축된 화학물질 대부분은 무기화가 되지 않은 액체 상태라 해체 및 폐기 작업에 들어갈 경우 이르면 9개월 모두 폐기가 가능하다"고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시리아가 보유한 화학무기는 약 1,000톤이며 그 중 300톤이 독가스의 일종인 겨자가스고, 나머지는 무기화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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