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30분.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은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 출입기자들에게 '진영-복지부장관 사퇴서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왔기 때문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진영 장관의 거취를 담은 내용이었지만 누가 보낸건지 이메일 발신자의 이름조차 없었다. 기자들이 진위확인에 나섰지만 정작 복지부 대변인실은 한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몰랐다. 국회의원인 진영 장관의 의원실로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의원실은 "우리 쪽에서 보낸 것"이라고 대변인실에 전화로 통보했고, 그제서야 복지부는 돌아가는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진 장관은 26일 오전 국무회의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간부회의에서 "기초연금 도입에 대한 정부안이 나왔으니 열심히 하자"고 독려까지 했던 터라 복지부 직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해외출장중이던 지난 22일 기초연금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진 장관이 사의 표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27일 사의를 공식 표명할 때까지 닷새 동안 진 장관의 행보는 석연치 않은 점 투성이다. 24일 귀국비행기를 타기 전 기자들을 만나 "주변에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약 이행에 책임을 느껴서 그랬다는 것은 와전"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사퇴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25일 귀국한 진 장관과 면담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고, 이튿날인 26일에는 진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면서 사퇴의사가 철회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갑자기 다음날 부처의 공식 대외창구인 대변인실이 아닌 의원실을 통해 '이메일 사임'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기초연금 도입안' 발표로 복지부 조직에 초비상이 걸린 며칠 동안 나가겠다는 것인지, 남겠다는 것인지, 나가겠다면 왜 나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책임 있는 언급도 없이 부처의 수장은 갈짓자 행보를 거듭했다. 27일 이메일에서 그는 사퇴의 변으로'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그'책임'이 공약후퇴 논란 때문인지 사의설 논란 때문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진영 장관의 의원실은 언론에 사퇴설이 불거져 나왔을 무렵 서울시에 국감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이미 장관직을 버리고 의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이라는 사퇴의 변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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