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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사건 항소심] "김원홍 못 믿어… 증언 들어볼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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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사건 항소심] "김원홍 못 믿어… 증언 들어볼 필요 없다"

입력
2013.09.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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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횡령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가 27일 '김원홍 변수'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선고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은 전날 대만에서 전격 송환된 김원홍 전 SK 고문의 법정 진술을 듣지 않고도 유죄 선고를 내리는 데 지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날 "김원홍의 인간됨으로 미뤄 최태원의 주장에 부합하는 통화기록을 전혀 믿을 수 없다. 더욱이 증인심문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이 귀국해도 변론재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달 27일 김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미 감지됐다. 재판부는 당시 "최 회장 쪽이 제출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서 김원홍의 입장이 자세히 나와 별도로 김씨가 증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당장 내일 한국에 온다 해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SK그룹 직원을 만나 자신을 일컬어 "1993년 직전에는 글로벌 5대 그룹 회장이었다. 정보수집 능력이 삼성을 능가한다. 최태원과의 관계는 상식 이상의 수준이다"라고 말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그를 "자기과시적이고 허무맹랑한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최 회장 측이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항소심에서 변호인단을 교체하며 진술을 자주 바꾼 것이 재판부의 선고 강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고문도 항소심에서 최 회장 측에 의해 주범으로 부각되며 '기획입국'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판부가 이날 최 회장 형제를 향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실과 허위 사이를 넘나들면서 마음대로 수사기관과 법원을 조종할 수 있는 듯 행동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변론재개를 해도 재판부의 심증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 전 고문에 대한 심문 없이 바로 선고를 내리자 최 회장 측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법원이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공범으로 의심받았던 인물의 법정 증언 한 번 없이 선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7월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이 뒤에 숨어서 사건을 기획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3위 대기업 회장과 부회장이 김원홍한테 홀린 것 같다"고 말해 김 전 고문의 심문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사건을 파기환송 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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