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래서 안 된다." 서울경찰청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25일자 8면)를 했다는 이유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26일 경고 조치한 직후 다른 언론사 기자가 한 말이다. 경찰의 행태가 얼마나 한심했으면 경쟁지 편을 들기 쉽지 않은 언론계 분위기에서 타사 기자마저 소리 높여 경찰을 질타했을까.
서울경찰청이 경고 사유로 든 것은 권 과장이 인터뷰에서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경찰, 국정원, 여권이 입을 맞췄다는 3자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고, "경찰 내부에는 문제를 제기할 절차가 없다"는 그의 발언이 재판과 관련한 사견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3각 커넥션 의혹은 기자의 질문이었고, 권 과장의 발언은 재판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진실이 무엇이건 터무니없는 이유라도 들어서 입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찰의 나쁜 관행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게 동료 기자의 지적이었다.
국정원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이런 모습을 수 차례 반복했다. 한국일보가 경찰 고위층의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2월 8일자 1ㆍ5면)했을 때도 수뇌부는 너무나 당당하게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은 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수사 책임자인 권 과장을 다른 경찰서로 전보해 입 막음 의혹도 샀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경찰의 수사 축소ㆍ은폐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고질적인 부당지시 관행을 근절하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꾸린 수사제도개선위원회도 입을 다물고 있다.
경찰은 법을 다루며, 공권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기에 부패와 과도한 법 집행 등을 최우선으로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을 보호하기는커녕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입을 막는 데 급급한 형편이다. 권 과장은 인터뷰에서 "경찰은 자기목적적인 조직이 아니다.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임무를 자각하고, 내부의 문제 제기를 존중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절대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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