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치료 못지않게 직접 주민을 찾아 가 병에 대해 가르치고 보살펴 병을 예방할 의무가 있습니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 의료공공성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녹색병원이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양길승(64·사진) 녹색병원장은 27일 "환자들에게 '이 병원은 다르다'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녹색병원의 탄생부터 함께 해온 양 원장은 1988년 이황화탄소에 집단 중독된 원진레이온 공장 노동자 4명을 진료하면서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에 뛰어들었다. 이황화탄소 중독증으로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앓는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보상금을 효율적으로 관리·집행하기 위해 원진재단이 설립됐고, 10년 뒤 환자들의 전문적인 치료와 복지를 목표로 녹색병원이 세워졌다.
녹색병원이 지나온 10년에 대해 양 원장은 "주민과 함께 건강을 공부하고 봉사가 일상생활이 된 병원을 목표했는데 많이 미흡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가장 큰 성과로 '건강방파제 사업'을 꼽았다. 이 사업은 녹색병원 직원들이 병원이 위치한 서울 중랑구 일대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주민들을 무료로 검진하고 입원 치료해 주는 것으로 2009년부터 30여 차례 이뤄졌다. 양 원장은 "사업비용은 병원 직원들이 월급에서 매달 1%씩을 기부해 충당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고맙다는 인사에 직원들 모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병원엔 다른 병원과 달리 장애인, 노인, 여성 환자가 많다. 양 원장은 "병원은 영리 보다 환자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며 영리를 좇아 의료 소외계층을 도외시하는 세태를 비꼬았다. 양 원장은 "이 병원을 시작할 때 환자들을 치료할 뿐 아니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볕이 가장 잘 드는 병원 7층을 재활치료센터로 내주고 원장실을 지하 2층에 마련한 것에서도 양 원장의 그러한 '환자 최우선'의 원칙이 드러난다.
양 원장은 "병원과 환자의 관계는 시혜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닌 건강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을 병원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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