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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밥솥부터 '전두환 컬렉션'까지… 없는 게 없는 인터넷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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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밥솥부터 '전두환 컬렉션'까지… 없는 게 없는 인터넷 만물상

입력
2013.09.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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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물건 언제 나옵니까."

검찰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를 압수수색 해 불상과 고가 미술품 등 재산을 압류한 뒤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는 "공매가 언제부터 이뤄지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 일가의 소장품인 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을 거란 입소문이 벌써부터 퍼지고 있는 것.

이런 때 아닌 문전성시에 캠코의 공매시스템인 온비드(on-bid)까지 덩달아 재조명 받고 있다. 알고 보면 나랏돈 떼먹으려는 자들의 재산을 찾아 국고를 두둑하게 채워주는 효자이건만, 경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빛을 보지 못했던 캠코의 온비드. 그 세계를 알아본다.

온비드는 인터넷 만물상

온비드는 2002년부터 캠코가 운영하는 온라인 입찰시스템으로 정부, 학교,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자산을 인터넷을 통해 전자입찰 방식으로 공매한다. 경매와 달리 물건 조회부터 낙찰까지 전 과정이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거래한다지만 지난해만 해도 이용고객이 82만명, 낙찰물건 수는 19만8,339건이나 됐다. 금액으로 치면 21조원에 이른다.

온비드의 가장 큰 매력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캠코 관계자는 "일반 경매보다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경쟁률이 비교적 낮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다"며 "작년 공매 평균 낙찰률은 감정가의 67%인데, 특히 주거용 건물의 감정가대비 낙찰률도 73% 정도라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 스키, 콘도 회원권 등도 온비드에 자주 등장하는데, 유찰 시 매주 가격이 10%씩 내려가므로 잘만 고르면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최저가 물품은 1만원이고, 낙찰가 50만원 이하 물품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매각대금 전액은 국고로 들어간다.

김홍도 그림, 다이아몬드, 칠면조… 이색 물품들

거래 품목은 매우 다양하다. 밥솥, 냉장고 등 주방기구부터 칠면조, 당나귀, 소방차, 열차, 미술품, 수천억원대 부동산까지 가히 만물상이 따로 없다.

대표적인 거래 품목은 부동산이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건국 이래 최대 금융사기 사건의 주범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 사돈인 장영자씨의 세금 체납액을 압류 토지 공매로 받은 일이다. 사채업으로 돈을 굴린 장씨는 1982년 6,400억원대 어음사기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다. 장씨 재산은 87년 압류됐지만 은행의 선순위 근저당과 세무서 선압류 등 문제로 국고로 환수되지 못하다가 올해 5월에야 캠코 온비드를 통해 9억7,900만원에 매각됐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자가용으로 이용한 헬기는 경쟁률이 올라가면서 2008년 14억1,1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밖에 2008년 관세청 서울세관이 서울 강남권 일대 특별단속을 실시하면서 압류한 7.09캐럿 밀수품 다이아몬드(낙찰가 1억2,000만원), 2010년 검찰 수사과정에서 증거물로 압수된 감정가 6억1,000만원 상당의 금괴 1㎏짜리 16개(낙찰가 6억4,688만원) 등의 이색 물품이 온비드를 거쳐갔다.

미술품 중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건 단원 김홍도의 그림 20여 점이다. 종로세무서가 체납액 대신 압류한 이 그림들은 명성황후 후손들이 소장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경쟁률도 올라갔는데, 2009년 6월 단원이 유년시절을 보낸 경기 안산시 품에 대부분 돌아갔다. 안산시는 김홍도기념관 건립을 위해 김홍도 인물도를 포함한 24점의 고미술품을 감정가(7억2,900만원)보다 높은 8억원에 낙찰 받았다. 조선후기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기명도 8폭 병풍', 조선 말 소호 김응원의 '묵난도 8폭 병풍' 등도 공매됐다.

전두환 컬렉션은 언제쯤 공매로

현재 공매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전두환 컬렉션'이다. 검찰은 24일 '전두환 압류 재산 환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검찰과 캠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 총 9명으로 구성됐다. TF는 압류 물품과 전씨 일가가 내놓겠다고 밝힌 재산을 공매하거나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처분할 예정이다.

보통 캠코에 공매 의뢰가 들어온 뒤 첫 번째 입찰이 진행되기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린다. 검찰이 지금 당장 의뢰한다고 해도 연말에나 전두환 컬렉션의 공매가 시작되는 셈이다.

아직 공매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물품은 전씨 일가의 미술품 554점이다. 시가 1억원이 넘는 이대원 화백의 풍경화를 비롯해 천경자 이대원 오치균 등 유명 작가의 고가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공매가 시작되면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인을 찾는 작업이 계속되고, 목요일엔 낙찰자가 발표되므로 전직 대통령 일가 소장품의 주인이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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