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한 미국의 복식 영웅 무하마드 알리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미 정보당국에 도청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1960, 70년대 고조되는 반전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미너렛(Minaret) 작전'이란 명목 아래 약 1,650명을 비밀리에 감시했고, 알리, 킹 목사, 배우 제인 폰다 등 유명인사 다수가 감시 대상에 포함됐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7년 수립한 미너렛 작전은 애초에 마약 불법거래나 테러용의자 감시 등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백악관의 요구로 반전시위나 이들의 정치활동을 캐는 도구로 변질돼 73년까지 운영됐다. 이 신문은 "NSA의 냉전시기 감시활동을 담은 4권짜리 내부문건을 최근 공개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하마드 알리는 1967년 감시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당시 징병을 거부해 옥살이를 했을 뿐 아니라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경기 출전도 금지됐다. 제인 폰다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맹렬히 비난해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영화배우다. 당시 현직 상원의원인 프랭크 처치(민주ㆍ아이다호주)와 하워드 베이커(공화ㆍ테네시)의 통화내역과 케이블 통신도 감시됐는데 베트남전을 지지한 베이커 의원이 왜 사찰대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NSA의 감시 보고서는 유출을 우려해 NSA 로고나 관련 표식이 없는 종이에 인쇄돼 백악관에 직접 전달됐다.
이번 NSA 문서 공개는 조지워싱턴대 독립연구기관인 국가안보기록보관소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문서 공개 작업을 주도한 매튜 에이드씨는 "규제 없는 감시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방대한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에선 권력 남용이 빈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